최근 '커뮤니티 틈'에서는 <나의 F코드 이야기>, <나의 조현병 삼촌> 등을 집필한 이하늬 작가, 이광호 펭귄의 날갯짓 사무국장을 모시고 정신질환에 관한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정신질환 담론을 미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인구가 적거나 청년을 하나로 뭉뚱그려 바라보는 탓에 정신질환은 청년정책에서 오롯이 논의되지 않습니다. 원주시 청년센터의 활동을 보면 마치 취업전쟁을 치루는 듯합니다. 청년을 미취업 문제로 해석하고, 치료비를 지급하는 지원책 정도에만 그칩니다.

정신질환을 경험한 후의 삶은 그 전과 매우 다릅니다. 물론 취업하면 질환이 호전된다는 통계가 존재하지만, 취업의 문턱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이들이 존재합니다. 외부 활동을 어려워하고, 공공정책의 레이더에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럼 취업하면 나아질까요? 무책임한 상사와 냉혹한 회사 구조에서 상처는 더욱 벌어지고, 죄책감의 굴레에 빠집니다. 스스로 무가치함을 증명하며 일을 그만둡니다. 심리적으로 무너지면 취업상태도 금방 해체됩니다.

개별적 지원만 이뤄진 채 통합적인 방안은 고려되지 않고,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사회에서 단절됩니다. 고립된 이들은 다시 심리적 취약함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공동체와의 고립은 이들을 밖으로 나서지 않게 하고 외출의 부재는 그들을 위한 공간 즉, 존재를 삭제시킵니다. 이름을 잃어버린 이들은 니트족, 캥거루족으로 불리며 문제적 존재로 호명되죠.

'커먼 그라운드'가 필요합니다. 취업과 성과로 평가받지 않는 안전한 공간 말이죠. 보건과 예술이 만나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이를 지탱하는 예술의 역할을 되살려야 합니다. 예술은 다른 존재들이 만나 감각하고 사유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서로 만나 안녕을 물으며, 상처를 꺼내는 안전한 공간을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4월 말부터 정신질환 당사자들을 위한 모임을 진행합니다. 정신질환 청년들을 환대하는 공간을 만듭니다. 규칙도 고민 중입니다. 공황과 무호흡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창문이 있는 공간을 확인하고, 여러 물품을 미리 챙겨놓습니다. 장소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지도도 미리 만듭니다. 나의 휴식은 스스로가 챙겨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합니다.

대상자를 고려하지 않는 행사나 프로그램이나 대규모 행사들은 정신질환 청년들을 배제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을 위한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 여긴 나를 위한 공간, 모임, 프로그램이구나' 느꼈으면 합니다. 도시가 정신질환 청년들을 소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공간이 없다면, 이를 다시 만들면 되겠죠. 물론, 그것은 만드는 사람도 참여하는 사람도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