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한도시한책읽기' 독서운동이 올해 21년째 해를 맞았다. 지난 20년간 원주시민들은 매년 책 한 권을 선정해 함께 읽고 소통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풍성하게 쌓았다. 한책읽기운동 도서 선정은 도서선정위원들이 책을 추천한 뒤 함께 읽고 토론을 통해 선정한다. 지난 6일 윤혜선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 도서선정위원장을 만나 도서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한도시한책읽기운동 도서선정위원회'는? 

도서선정위원회는 '한도시한책읽기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도서를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 도서관 사서, 국어교사, 도서전문가들로 구성돼 있고 임기는 2년이다. 

도서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스무 명의 위원들이 1년은 전부터 모여 각자 좋은 책을 5권씩 추천하고 있다. 스무 명이 5권씩이면 대략 60여 권의 책이 추천되는데, 1년간 60여 권을 읽고 독서 토론을 벌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생각보다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여기에서 1차로 절반 이상의 책이 추려진다. 책을 추리는 과정은 전부 비밀투표에 부치고 있다. 그리고 추려진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또 한 차례 토론을 해서 최종 도서를 선정한다. 그 과정이 꼬박 1년이다. 위원 활동을 4년째 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책마다 주는 메시지가 꼭 있고 좋은 책 나쁜 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정도서를 고를 땐 '시민 모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지, 읽은 후에는 무엇이 남는 책인지' 이 부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20권의 책이 선정됐다. 그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책을 꼽는다면…
매년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굳이 꼽으라면 3년 전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이다. 이 책은 절대 웃지 않고 친구도 없는 주인공 은재가 아빠로부터 폭력을 당하는데 결국 이웃도, 경찰도 모른 척하는 모습들을 그린 책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아동학대 등의 가정폭력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는데 그때의 시대 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작은 도서관이나 교육문화관에서 진행한 한도시한책읽기 프로그램에서도 시민 참여가 가장 높았던 책이기도 하다. 

그간 원주의 독서 문화 생태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눈에 띄는 변화를 말한다면 손꼽기 어렵다. 하지만 독서의 힘은 보이지 않는 데서 조금씩 변화한다는 데 있다고 자신한다. 한도시한책 읽기 독서운동이 시작된 후 원주에 사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선정도서를 한 번씩은 읽게 된다는 점이 의미 있다. 학교에서도 추천도서로 지정해서 책을 읽게 하고 이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들을 짜고 있다. 도서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각각 재밌고 다양한 방법으로 선정도서를 공유하고 있다. 일 년 중 어디를 가나 이 책이 비치돼있고 마음만 있으면 겉표지라도 꼭 한번은 보게 되는 거다. 이런 사소한 배경들이 원주를 독서문화의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눈에 보이는 변화도 있다. 지난 2015년 한책읽기 운동본부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원주시민 독서율(79.6%)이 같은 시기 우리나라 국민 평균 독서율(65%)보다 높았다는 거다. 한책읽기운동이 시작된 후 원주시가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네트워크에 가입하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 

시민들에게 한 마디…
같은 책이라도 누가 읽느냐, 언제 읽느냐, 몇 번을 읽느냐, 어디에서 읽느냐에 따라 책은 다양한 배움을 준다. 꼭 배움이 아니더라도 추억이나 감동 등 많은 걸 준다. 
한도시한책읽기운동 도서 선정은 남녀노소 모두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책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풀뿌리 독서운동이다. 때문에 한책읽기운동 만큼 좋은 독서운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바라기는 많은 시민들이 선정도서를 읽고 소통했으면 좋겠다. 책만큼 좋은 선생이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