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주 모 아파트에서는 경로당에 나오던 A(남·82) 씨가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이웃들의 제보가 있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수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직원이 집안에 들어갔을 때 A 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한 달여 전에도 관리사무소 직원은 복도에서 악취가 난다는 택배기사의 말에 또 다른 세대를 찾아갔다. 문을 열자 자식과 떨어져 홀로 살던 B(여·77) 씨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상태로 수 일이 지나 발견됐다. 전체 990세대 중 독거노인 세대가 절반에 달하는 해당 아파트에서 노인들의 고독사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잇따라 주위에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원주에서 독거노인들의 고독사가 잇따르며 최근 고독사 예방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원주시는 65세 이상 1인가구를 대상으로 방문 돌봄,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등의 돌봄 시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돌봄이 필요한 가구는 총 2만1814세대(2023년 12월 기준). 하지만 이 중 3천 세대만이 돌봄을 받고 있다. 노인의 병력 정보를 사전 등록해 위급상황 시 병원 이송과 치료가 가능한 '안심 콜'도 원주 내 독거노인 5천496명이 등록됐으나 이용자는 235명(2024년2월 기준), 0.7%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센서가 노인의 체온과 움직임 등을 감지해 위급상황 시 응급 이송하도록 한 디지털 헬스케어(응급안전서비스)도 돌봄 현장에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희 원주시여성인력개발센터장은 "고독사 예방을 위한 특단의 장비들이 투입됐지만 노인 세대에서 열 명 중 절반은 사용법을 몰라 꺼두고, 나머지 절반은 전기세 때문에 꺼두는 현실"이라며 "기기 중심의 돌봄 시스템에서 이 장비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최근 원주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원주시여성인력개발센터, 원주소방서, 원주의료기기 테크노벨리 등은 간담회를 통해 인력 양성을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보완책 등을 논의했다. 기기 장비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을 노인 세대에 투입, 교육과 장비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고독사 예방 데이터 수집을 체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원주시만의 고독사 예방책을 재정립해가자는 게 요점이다. 또 이들 전문 인력을 활용해 기존 생사 확인 등 단순 조사에 그쳤던 방문 돌봄을 노인 대상 IT활용교육, IT를 통한 맞춤형 건강·심리 지원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이를 위해 최근 원주에서는 산학연관 협의체가 구성됐다. 시범사업 예산 등이 확보되면 의료기기테크노벨리가 모니터링 제품 개발을, 의료기관이 시스템 연구 개발을, 전문기관이 교육 인력양성에 나서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고독사 예방을 실현해가겠다는 구상이다.

임성희 관장은 "지자체가 시행하는 예방책 대다수가 이론상의 돌봄일 뿐, 지금도 대다수 독거노인들이 매일같이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산다"며 "기존 IT기술에 인간 중심의 돌봄이 결합될 때 현장에서 겉돌고 있는 시스템 한계도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주만의 독거사 예방시스템이 구축되도록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