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원주로 첫 나들이를 떠났다. 우산동 터미널에 내려 고속버스 앞에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원주의 첫인상은 군사도시였다. 시내 거리는 군인들로 꽉 차 있었고, 헌병은 군복을 빳빳이 다려 입어 걸을 때마다 철컹하는 스프링 소리가 들렸다.

 이어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다녀오며 차창 넘어 원주 치악산을 보았다. 언젠가 올라가 봐야지 하며 희망을 품었다. 

 1989년 서울에서 회사에 입사하고, 1991년 여름 원주로 전보 발령이 났다. 포니2를 끌던 그 시절을 회상해 보면 단계택지 등이 도시계획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터미널 이전 형성 시기였다. 

 난 시내보단 시골이 좋아 흥업면 옛 농가를 사들여 살림을 꾸렸다. 집수리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집사람과 아이들도 내려왔다. 가족들은 서울에서 살다 시골에 오니 갑갑함은 물론 여러 고충이 있었을 테다. 집사람은 동네 아낙들과 두릅, 고사리 꺾는 재미로 시골에 적응해 나갔다. 

 요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 주변 이웃과의 화합도 순조롭게 해결됐다. 주변 농민들은 농촌 사람도 아닌데 농사를 잘 짓는다고 칭찬했고, 농기계도 잘 다루고 고쳐주기도 해, 주변 분들과 친하게 지냈다. 동네 반장까지 맡게 돼 마을길, 가로등, 사고방지 반사경 설치를 추진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이가 셋인지라 학교, 학원 등 아내 등쌀에 못 이겨 시내로 나오게 됐다. 

 시내로 내려와 원주시 산악연합회에서 교육받아 치악산 구조대 활동을 하게 됐다. 환경정화, 응급처치 등을 하며 주말이면 치악산에 살다시피 했다. 치악산은 갈 때마다 느낌도 다르고 사람들과 마주치며 인사하는 반가움, 단풍, 설경, 눈꽃 등이 나를 격려하고 힐링을 줬다. 비로봉 등정 300번째를 맞아 구조대에서 기념행사도 해줬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차창 넘어 품었던 치악산을 오르겠다는 희망이 이루어졌다. 

 회사에서 봉사 활동을 허용해 줘, 원주시·업체 등과 봉사단을 결성했다. 소외된 곳이나 원거리로 혜택을 못 받는 곳에 50~60명 인원을 대동해 가전제품수리, 자동차 점검, 이·미용, 소비자고발 등을 지원했고 수해가 나면 달려 나갔다. 

 당시 횡성 갑천, 영월읍, 평창 일원에서 큰 수해가 발생해 지원을 갔다. 가현동에서도 비 피해가 발생했지만, 무릎 정도만 가옥이 침수하는 등 비교적 피해가 적어 빨리 복구했다. 피해가 심각했던 타 도시에 비해 원주는 복 받은 도시가 분명하다 느꼈다. 태풍이 와도 원주 근처만 오면 소멸할뿐더러 비 피해도 거의 없으니 말이다. 

 지금의 원주 중앙로 도로는 원일로, 중앙로, 평원로라는 명칭이 있음에도 미군이 알기 쉽게 붙였다는 말이 도는 A도로, B도로, C도로로 통용되고 있다. 내가 예전에 보았던 군사도시는 어디로 숨었는지 아예 보이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원주는 중앙동, 단계택지, 단관택지,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형성돼 있고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뚫려 있다. 그리고 역사와 함께하는 원주 팔경 구룡사, 강원감영, 상원사, 비로봉, 간현관광지, 영원산성, 용소막성당, 미륵불상이 자리를 잡고 원주를 지키고 성장 도시로 지속적 탈바꿈하고 있다.

 내가 사는 원주가 자랑스럽다. 고향은 아니었지만 33년을 거주하며 문화재 보호, 산악구조, 사회봉사 활동, 관광 발전과 진흥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탤 수 있었고, 원주시민이자 봉사자, 관광인으로 원주 위상 가치를 드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큰 힘은 아니지만, 원주에 자그마한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내가 사는 원주에서….

정영직 (사)원주시관광협의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