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새해, 사회적경제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작년 대폭적인 예산 삭감과 정책 후퇴 이후 말 그대로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탓이다. 올해 사회적경제 분야 예산은 2023년 약 1조1천183억 원에서 56.6%가 줄어든 약 4천851억 원으로 삭감되었다. 국가 전체 예산에서 사회적경제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073%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정부의 예산삭감에 항의하며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국회 앞에서 공대위를 출범시키고 사회적경제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다각도의 대응에 나섰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취약계층 고용 등 사회적인 필요를 감당하는 대가로 한시적으로 지원되었던 일자리 지원금은 대단한 특혜로 둔갑되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고용을 유지하며, 고군분투해 온 성과들은 애써 무시되었다. 정부의 외면과 무시, 왜곡과 폄훼는 현장 사회적경제인들에게 지금도 큰 상처로 남아있다.

우리 정부가 사회적경제 예산과 제도의 후퇴를 준비하고 있었을 작년 4월, 유엔(국제연합) 총회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사회연대경제’가 더 많이 쓰인다. 이후에는 맥락에 따라 혼용해서 사용한다.)

사회연대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빈부격차, 고용불안,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고,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이 중심축인 사회연대경제는 모든 경제활동 과정에서 이윤 극대화보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동체 구성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엔은 회원국에게 국가·지방·지역 차원의 사회연대경제 지원을 위한 전략·정책·프로그램 등 법제도를 마련하도록 권장한다. 또 금융기관과 개발은행이 금융 상품 등을 통해 사회연대경제를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개발의 모델로서 지원·강화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예산 대폭 삭감으로 어수선하던 작년 11월, 유엔은 총회에서 2025년을 두 번째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반기문 사무총장 시절인 2012년이 유엔이 정한 첫 번째 ‘세계협동조합의 해’였고, 당시 이명박 정부와 국회는 숙원이었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화답했는데, 불과 13년 만에 유엔이 다시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선포하는 것이다.

사회연대경제의 맏형격인 협동조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명하다. ‘모두를 위해 더 공정하고 번영하는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역량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안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각국 정부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고용 창출 ▷빈곤 퇴치 ▷교육 ▷보편적 건강보장 ▷포용적 금융 ▷도시와 농촌에 저렴한 주택 창출 등에 이바지하는 협동조합의 기업가적 생태계를 강화해 지속가능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기업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유엔 결의안에 모두 찬성했던 우리 정부는 국내로 돌아와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단적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에서는 2025년, 두 번째 세계협동조합의 해에 사회적경제계의 숙원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될 수 있을지 희망 섞인 기대를 걸어본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정부(국가)의 필요에 의해 동원되고, 육성당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태생적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영리기업이 외면하거나 국가가 살피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민간의 혁신역량으로 해결해 온 것이 사회연대경제의 전 세계적인 전통이다.

강원도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연대기구인 강원사회적경제연대는 2022년부터 자조기금 방식의 강원사회적경제연대기금을 강원도와 협력하여 조성해왔다. 도내 80개 사회적경제조직이 참여하고 있고, 올해는 운영자금 기준으로 1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에는 강원랜드 사회공헌재단과 협력하여 3억3천만 원의 기금을 폐광지역 사회적가치 창출 소기업을 위해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강원도 사회적경제 임팩트투자 IR(기업정보공시)대회 수상기업에는 5천만 원의 특별공제기금(1호)를 지원하며 투자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강원사경연대는 빠른 시일 내에 전문적인 사회적금융기관을 설립하고 사회적가치 실현을 촉진하는 임팩트투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농·수·축협과 신협, 생협 등 개별법 기반의 전통적인 협동/조합과 비영리단체와도 폭넓은 연대와 협력을 추진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사회적경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강원도형 통합돌봄, G-케어 등 생활밀착형 활동을 발굴하고, 강화하려 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강원도 사회적경제의 새해 다짐과 노력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조세훈 강원사회적경제연대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