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원강수 시장은 "혁신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젊은 기업들이 원주를 찾을 수 있도록 원주시만의 특별한 원주형 AI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 SK주식회사 등과 원주형 AI 얼라이언스 공동연구센터 협약을 맺으며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노력하겠다고 한 것.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큰 틀의 사업 윤곽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원주시가 눈여겨보는 것은 삼성전자의 'C-Lab'(C랩)이다. 2012년 삼성전자가 도입한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으로 Creative Lab을 줄여 C랩이라 부른다. 끊임없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해야 했는데 삼성전자는 그 시작점을 C랩에서 찾았다. 

온라인으로 신청받아 임직원단 평가를 거친 아이디어는 1년간의 사업 기회가 주어진다. 이 기간 회사는 직원에게 자율 근무를 허락하고 별도의 독립 공간도 제공한다. 아이디어 수준의 프로젝트가 별도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도록 물심양면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이던 C랩을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로 확장해 지원하고 있다. 

원주시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에 참가해 C랩을 접했다. 자신들이 키운 스타트업을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 전시회에 선보이고, VC(벤처투자자)까지 매칭시키는 삼성전자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원주시 첨단산업과 전웅 주무관은 "CES 유레카관에 가보니 전 세계 스타트업이 모여 마치 도떼기시장과 비슷했다"며 "삼성도 C-Lab존을 만들어 10여 개 기업을 지원했는데 벤처투자자는 물론 전 세계 기업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주시가 원주형 실리콘밸리로 C랩 형태를 구상하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판교테크노밸리 내 카카오 아지트(KAKAO AGIT)를 방문했는데 IT 인력 대부분이 서울 근교에서 근무하길 원했기 때문.

KAKAO 최고 경영자도 종업원에게 판교 이남으로는 회사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원주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려면 기존 업체나 인력이 원주로 이전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 주무관은 "IT 인력들은 카카오, 네이버, SK 등에서 순환 이직하며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원주가 이들 업체나 인력을 유치하는 것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C랩과 같은 스타트업 발굴·육성사업에 전념한다는 구상이다. 원주형 실리콘밸리를 이끌 핵심기업을 섭외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난 28일) 네이버1784를 방문해 클라우드, AI 스타트업 육성 모델을 견학하고 왔다"며 "외국 기업과도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중인데 윈윈(win-win)하는 모델이 나오면 원주형 실리콘밸리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