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대표, 월호동 35가구 건강·다복 기원

▲ 지난 23일, 월송1리 사람들이 한 선황당 제사. 마을 주민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소원을 빌었다.

지정면 월송1리에 월호동(月湖洞)이 생긴 지는 대략 600년 정도 된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5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세시풍속이 있다. 음력 정월 대보름과 시월 보름날에 주민 대표가 마을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것. 올해도 지난 2월 23일 대보름 전날에 당(堂) 제사를 지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정월 대보름에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등의 기복 행사를 해왔다. 줄다리기, 다리밟기, 고싸움 등도 하며 마을의 액운을 물리치고 집단의 복을 기원했다.

월송1리는 이런 행사 대신 선황당(仙皇堂, 신선과 같은 황제를 기리는 곳 또는 이같이 중요한 사람을 위해 제사하는 곳)에서 제사를 한다. 정월 대보름 일주일 전부터 금욕생활을 하고, 전날에 목욕재계한 뒤 자정에 제를 올린다. 

제사의 대상은 여신(女神)이다. 마을 각 호주(戶主)의 이름을 쓴 창호지를 불로 태우며 복을 기원한다. 그래서인지 제사를 치르기 전 일주일 동안 제주들은 아내와 합방할 수 없다. 상갓집 방문도 자제해야 하고 여자는 제사에 참여할 수 없다.

월송1리 정계봉 이장은 "마을이 생긴 지 600여 년 됐는데 500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고 있다"며 "최대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제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지난달 23일 제사를 거행했다. 마을 이장인 정계봉 씨와 반장 이건재 씨, 지정남성의용소방대장 박전하 씨, 제주 이강열·정제동 씨가 월호동을 대표해 선황당에 올라갔다.

이강열 제주는 "마을에 40가구가 사는데 전체 가구(천주교 신자 5가구 제외)의 안녕을 기원했다"며 "제사하고 남은 떡과 고기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정월 대보름과 시월 보름에 제사했다. 그런데 주민들이 고령화되고 마을 사람이 적어지면서 지금은 정월 대보름에만 제사를 지낸다. 하지만 그 정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정계봉 이장은 "수백 년 전에는 통돼지와 시루떡, 집에서 담근 맑은 술로 제사를 지냈다"며 "지금은 마을 기금으로 떡과 고기를 준비하는데 마음가짐만은 옛날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30여 년 전, 두 해 정도 제사를 걸렀다. 그런데 그해 만삭의 암소 열두 마리가 한꺼번에 비명횡사하는 일이 생겨 이후로는 제사를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선황당 근처의 샘물을 마신 사람들은 천하장사처럼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은 월호동에 전통을 계승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주민들은 나이가 많아 제사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이의 유입도 단절돼 전통을 이을 사람이 없다.

정계봉 이장과 이강열 제주는 "우리 대가 끝나면 마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사라질 것"이라며 "그래도 힘닿는 데까진 전통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