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훈방으로 조치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지역 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안전망이 속속 구축되고 있다. 원주시정신건강지원센터는 지난 19일 센터에서 자살위기현장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협의회를 개최했다. 소방 등 유관기관과 지역 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등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자살 고위험군은 그동안 소방·경찰 등에 발견돼도 당사자의 정보 동의 없이는 전문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했다. 자살 시도 위험이 일반인보다 20~30배 높음에도 사후 관리 인원은 6%에 불과했다. 나머지 94%는 전문가 개입 없이 지역사회로 복귀하면서 자살시도가 반복되거나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2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을 개정해 당사자 동의 이전에 이들을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으로 연계하도록 했다. 이후 지난해 원주에서는 처음으로 247명이 센터로 연계됐다. 법 개정 후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첫 집계가 이뤄진 셈이다.

원주시정신건강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이들에 대한 심리 상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가 집중 상담을 통해 정신건강학적 원인을 발견, 자살의 근본적 위험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센터는 필요 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니터링을 통해 대상자의 정신 건강 호전도 등을 평가하고, 소방 등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소통을 통해 정기적으로 거주 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다.

법 개정 후 지난해 처음으로 유관기관들이 대상자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추적 관리하며 재사고 발생률을 낮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원주소방서 관계자는 “그동안 현장에서 자살시도자들을 훈방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 이제라도 이들에 대한 안전망이 구축돼 가고 있어 다행”이라며 “센터와 유기적으로 협의해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소방서에 따르면 자살시도자는 남자(48명)보다 여자(95명)가 2배가량 많았다. 연령대 별로는 10~20대 57명, 30~40대 39명, 40대~80대 46명으로 10대에서 자해 등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