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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틀막정치와 고발정치

자신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거나 반대하는 시민은 고발하고 비판적인 언론에겐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재갈을 물리는데 누가 반대의견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용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틔움연구소 대표l승인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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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탄압 중단하라"라고 외치는 선배의 목소리는 사복경찰들의 손에 의해 틀어 막히고, 보직교수와 사복경찰이 뒤엉켜 끌어내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학생회관 식당 안은 식사를 하는 학생들로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모두 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동료 학생이 '학원언론탄압'을 항의하며 몇 마디 했다고 저렇게 무자비하게 끌려가는데 누구 하나 나서서 막는 사람이 없었다.

 나서기는커녕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처럼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내 입에서 저절로 비명인지, 말인지 모를 것들이 방언처럼 터져나왔다. "우리들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시대에…" 라는 말을 미처 맺기도 전에 나도 사복경찰과 보직교수들의 손에 의해 머리채가 꺼들리고 덜큰한 쉰내가 나는 커다란 손바닥에 입이 틀어 막혀졌다. 전두환 대통령 통치 시절인 1983년 대학교 1학년 2학기 개강을 앞둔 여름날이었다. 

 데자뷔 같았다. 지난 2월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입을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행사장 밖으로 강제로 끌려 나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다.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친 게 그 이유였다고 한다. 이날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라고 말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작년 윤 대통령의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 한마디로 인해 외환위기 때도 줄이지 않았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이 4조6천억이나 삭감이 됐다. 그로 인해 카이스트 등의 석박사 연구생들이 연구실을 폐쇄하거나 연구를 중단하고 인건비를 줄이느라 애를 먹고 있는데 그래놓고는 졸업식에 와서 "힘껏 지원하겠다"는 앞뒤 다른 소릴 하니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한마디 야유라도 보내고 싶었을거다.   

 이런 마음을 가진 졸업생이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라"고 말 한마디 했다고 건장한 체구의 경호원이 다짜고짜 입을 틀어막고, 졸업생으로 위장하고 앉아 있던 경호실 직원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사전 경고도 없이 팔다리를 들어 내팽개치는 일이 생기다니 마치 과거 군사독재시절로 돌아간 듯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런 대통령실 경호원들의 강압적인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 막히고 팔다리가 들려 끌려 나갈 정도니 어디 가서 대통령 욕이라도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곤욕을 치르던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 졸업생이 외치는 말 한마디가,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가 건장한 경호원 여럿이 달려들어 물리력을 행사할 만한 일인지, 이제 누가 나서서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입틀막'의 불통정치는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수위원회에서의 한 두마디 말을 근거로 전(前) 지방정부에서 보존을 위해 매입한 아카데미 극장을 시민들의 반대에도 정책토론회 한번 없이 철거하고, 철거를 막기 위해 애쓴 시민들을 무더기 고발하였다. 공무원을 동원해 시민들을 물리력으로 진압하기도 하였다. 원주 시정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주MBC에 억대 소송을 제기하고, 부정적인 비판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모 지역신문의 구독을 취소했다고도 한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거나 반대하는 시민은 고발하고 비판적인 언론에겐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재갈을 물리는데 어느 시민이, 어느 언론이, 어느 공무원이  아닌 건 아니라고 반대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오직 찬성과 아부 그리고 순응과  YES만이 살아남는 조직은 한 사람을 중심으로 획일적인 조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조직에선 유능한 직원들의 창의성과 다양성, 적극성과 혁신이 발 붙이기는 어렵고 "시장님 기다리느라 일주일이 6일이 됐어요. 목이 빠져서", "대한민국 3대수 삼다수, 백산수, 원강수", "세계3대 뷰 오션뷰, 리버뷰, 사장님 알러뷰" 이런 문화를 양산하게 만든다.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원하는지 직원들도 아는거다.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이다.


용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틔움연구소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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