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푸드 사업이 올해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지탱해왔던 주요 매출처가 지난해 대거 사라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판로를 개발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주푸드종합센터는 2014년 흥업면 대안리에 건립됐다. 원주 농산물을 학교급식 등에 공급해 농업인 소득을 올리고 안전 먹거리를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 사업 첫해에는 관내 57개 초·중·고교에서 원주푸드를 사용했다.

전체 87개 학교 중 2/3 이상 학교에 원주푸드를 공급, 그해 5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원주시는 지속적으로 판로 발굴에 주력했다. 그 결과 첫해 57개에 불과했던 학교급식 납품처가 지난해는 아흔여덟 곳까지 확대됐다. 

2017년에는 서울시에서 추진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약 580곳에 육박하는 도봉구 어린이집에 원주푸드가 납품됐다. 이듬해엔 공군 제8전투비행단이 원주푸드를 공급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원주푸드 매출은 매해 증가했고 지난해는 331억 원에 도달했다.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도봉구 납품이 중단됐다. 서울시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전면 취소했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식자재를 모았다가 각 자치구에 공급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이라 했다.

이로 인해 2017년부터 매년 20억 원씩 공급하던 원주푸드 사업은 사실상 종료됐다. 치악산한우 농가 A 씨는 "원주푸드종합센터를 통해 도봉구로 가는 원주 축산물이 한 해 8억 원가량"이라며 "올해는 이 물량이 전량 사라지게 됐으니 농가들 경영난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푸드 매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제8전투비행단도 지난해 3월부터 원주푸드를 받지 않고 있다. 제8전투비행단은 2018년부터 원주푸드를 납품받아 구내식당을 운영했다. 그런데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원주푸드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원주시가 원주푸드종합센터를 직영하면 문제가 없지만, 원주원예농협이 위탁·운영하는 구조에선 수의계약이 힘들다고 한 것이다. 이 때문에 2021년 6억8천만 원에 달했던 원주푸드 납품액은 지난해 1억1천만 원까지 축소됐다. 올해부턴 매출 발생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원예농협 측은 전망했다. 

학생 수 감소도 원주푸드 사업의 위협요인이다. 2021년만 해도 원주푸드를 먹는 학생이 4만2천 명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4만124명으로 1천900명 가까이 줄었다.

원주푸드종합센터 관계자는 "서울시 도봉구나 제8전투비행단의 빈자리를 사립유치원으로 메우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원주푸드종합센터와 계약하려는 농업인들은 매년 늘어나는데 판로처는 줄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주푸드종합센터는 판로 개발이 시급하다고 하소연했다. 지금까지는 원주원예농협 홀로 판로처 개발에 고군분투해왔지만, 지금부터는 원주시를 비롯해 지역 공공기관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원주푸드종합센터 관계자는 "주요 판로가 하나둘 막히게 되면 원주시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원주푸드 생태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농산물 공급을 확대해 지역농가 수익을 증진하는 사업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