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문근 원주시의회 의원

원주는 한반도의 호국역사와 맥을 함께 해왔다. 그래서 한반도의 아픈 역사가 생길 때마다 원주를 관통하며 주민들에게 애환을 안기는 아픈 날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큰 도시라 정치, 문화, 종교, 생활풍습 등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은 많은데 보존된 사료가 적은 편이다. 외적들이 침입하면 우선적으로 민족의 혼과 애향심을 말살하려 했었던 것 같다. 이들에게서 백성을 지키기 위한 위정자들의 기록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산성의 축조이다.

원주에는 네 곳에 산성이 있고 그 중의 하나가 해미산성이고 이 해미산성은 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며 축조방식은 고구려의 성벽 축조방식인 뫼탑공법이고 북방계열의 형식을 약간 변형해서 쌓았으며 길이는 약 2km 정도이다. 전국의 다른 산성과 비교해 특징은 이 산성의 위치가 관설동 산60번지 일원으로 곰바위산 능선에 위치하였는데 샘물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산성이 물이 없어 빗물을 모아 먹었던 것에 비하면 옹기도 만들고 농사도 지으며 자급력을 높였다는 점과 또 역사적으로 영원산성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보여 치악성의 본거지가 이곳 해미산성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1998년, 영원산성과 해미산성은 지표조사(원주시와 충북대중원문화연구소)를 실시하였는데 영원산성은 2003년 사적지로 지정을 받았으나 해미산성은 제외되었고 이에 반곡관설동 주민들의 가슴에 염원이 담기게 된 것이다. 이들로부터 건네받은 2천여 명이 연명한 탄원서와 통장협의회의 민원서를 들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자료도 부족하고 어디서부터 출발할지 막막해 그 당시 원주시 역사박물관장이었던 박종수 관장하고 여러 번 막걸리 판을 벌렸다. 그리고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회에서는 5분 자유발언, 건의문도 발송했고 방송이나 신문기자들이 눈에 뜨이기만 하면 함께 해미산성에 오르자 청하며 자료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함께 오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도 고민이었다. 길이 없으니 길을 아는 사람이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농번기에도 길을 아는 통장님들을 들볶아 댔다. 그리고 4년 만에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사실 많이 유실되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방치된 산성은 이제 흔적 찾기 어려운 구간도 있다. 수십 구의 외적의 시체를 버렸다는 계곡엔 깊은 낭떠러지기로 사람이 접근도 어려울 정도이다. 국립공원 내이고 산성 내에는 일부가 사유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음지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당장 호국탐방로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성벽 보강사업도 해야 한다. 빼어난 수목들이 넘쳐나니 이의 존재만도 자랑거리라 이 관리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해미산성으로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인데 이의 복원도 좋은 역사적 가치를 갖는 옛길 사업이 될 것이다. 해미산성 마을(옛이름 : 세교마을)의 뒤편에 옛 중앙선 폐선철도가 지나는데 이곳과 접해 해미산성의 진입로가 있어 연결만 잘하면 적은 예산으로도 관광 자원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 금두산성과 영원산성과의 관련한 학술적 가치도 엄청나다고 본다. 천년의 흔적을 그동안 적지 않은 시간 휴면의 시간으로 지난 만큼 이제 기지개를 펼칠 때가 온 듯싶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우리나라 지적도에도 등기되어 있던 해미산성 고갯길이 복원되고 성곽의 외부에 탐방로가 개설되면 애국·애향의 마음이 늘면서 원주시민으로 사는 보람이 바짝 다가 설 듯해 기쁘고, 미래 세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문화유산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서 지금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다. 인근 지역의 마을 경제에도 이바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선조들의 호국역사의 가치를 숭상(崇尙)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해미산성은 금대산성으로 정식 이름표를 달았다. 많은 사람이 찾고 기억되는 소중한 이름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