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막 후용리에 살다보니 대중교통편은 아주 드물게 있습니다. 55번, 59번 버스를 이용하는 데 그나마도 휴일이나 인근에 있는 대학의 방학기간이 되면 버스 편이 줄어들어 장날 읍내에 나가기 위해 택시를 타거나 한시간 여를 걸어야 합니다.

 어쩌다 원주 구도심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날에는 아침부터 서둘러도 버스 시간에 맞춰 동선을 짜다 보니 오후가 돼서야 귀가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나마도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대중교통 편이 더 줄어서 동네 노인들은 거의 집에만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진 편입니다.

 어떤 날에는 버스 안에 노인 한 두 분만이 타고 다니는 때도 있습니다. 마지막 버스가 일찍 끝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관객들에게 카 쉐어링을 주선하느라 분주하지만 평소에는 텅 빈 버스만 다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골길에 버스가 다녀야 하는 이유는 대중교통이 갖고 있는 공익성 때문입니다. 교통은 의료, 교육과 더불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며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승객을 위해서라도 대중교통이 존치돼야 할 이유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마을버스, 무료버스, 천원택시 등 여러 대책을 통해 공익과 재정 환경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교통수단의 부재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 교육분야의 손실은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비용에 비해 엄청난 사회적 지출을 요구합니다. 예컨대 대중교통이 열악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약자들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료품으로만 생활할 뿐만 아니라 외출도 타인과의 접촉도 거의 없는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만성질환과 우울증을 앓는 등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내버스 운영에 있어서 공영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2022년 영국정부가 공연예술분야를 위해 지원한 금액이 1조560억입니다. 반면 공연예술이 영국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19조1천650억원이라는 조사가 발표됐습니다. 투자대비 성공적인 이윤을 얻은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술분야에 지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예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기초예술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보편적 강령입니다. 1946년 영국 예술위원회에서 시작된 원칙이지만 이후 UN 에서도 권고한 문화예술 지원에 관한 행동강령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기초예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익적 가치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공익적 가치를 통계를 통해 제시한 것이 영국경제에 환원된 19조1천650억원입니다. 시립교향악단이 운영되는 이유도, 치악예술관이 운영되는 이유도 이런 공익적 가치며 공영성이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적 전환의 시대에 상응할 증거기반의 정책을 먼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우리 도시에서 행해지는 예술의 다양성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2023년 기준 원주문화재단이 지역문화예술계에 지원한 6억1천만원의 사회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보자는 것입니다. 

 기초예술이 사회에 유의미한 필요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근거와 기반은 늘 연약해 관련 지원예산은 쉽게 다른 용도로 전용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기반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예술위원회로부터 시작된 팔길이 원칙부터 현재 영국 공연예술분야가 경제에 기여한 가치에 대한 금액까지 소개한 이유는 시골길을 다니는 버스가 소수의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현재 원주도 대중교통 준공영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간 사업자들이 대중교통을 부실하게 운영했을 때 책임져야 할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준공영제가 비록 시장경제의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비용대비 공익이 크다는 판단일 것입니다.

 공적지원을 빌미로 정부나 지자체가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예술을 통제하거나 간섭하려는 행위들로부터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됩니다. 기초예술에 대한 준공영제 역시 공익적 가치를 제도화하는 방법입니다.

 시립교향악단의 공익적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해보면 투자 대비 꽤 괜찮은 장사입니다. 기초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함께 따져 보기를 제안합니다.

원영오 연출가/극단노뜰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