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금두산성. 치악산의 세 곳 산성 중 가장 규모가 크지만 잊혀진 산성이다.

치악산에 있는 세 산성중 원주시민이 많이 살고 있는 반곡동과 구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산성은 금두산성이다. 영원산성은 금대계곡이 끝나는 치악산 깊숙한 골짜기에 숨어있고 해미산성은 반곡, 관설동과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원주시가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곳에 있다. 

금두산성은 치악산이 바라보이는 곳이나, 고층아파트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있어 조금만 주의 깊게 바라보면 원주 시내에서도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금두산성은 치악산맥 중앙부에 해당하는 향로봉 바로 아래 있다. 향로봉은 치악산에 딸린 크고 작은 산봉우리 중 제법 넉넉하다. 금두산성은 향로봉 바로 아래 서쪽으로 뻗어 내린 두 개의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았다. 성 내부는 치악산의 다른 능선보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다. 해발 900m에 이르는 고지대에 형성된 평원, 금두고원(金頭高原)에 자리한 산성이다.

신라 북원경과 고려 원주의 치소를 강원감영 일대로 추정하고 거리를 비교하면 금두산성은 7.2km, 해미산성은 7.9km, 영원산성은 8.8km로 금두산성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또한 세 곳 산성 중 강원감영이 있는 구도심 일대를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산성이다.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 도시의 중심 지역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적군의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산성이 지닌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두산성은 잊혀진 산성이다. 영원산성과 해미산성은 1997년 정밀실측 조사를 통하여 성을 쌓은 시기와 규모 등 대략적인 실체가 밝혀졌지만, 금두산성은 아직 산성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된 바가 없다. 다만 일제강점기 식민정부에서 남긴 측량 성과도에 따르면 산성의 길이는 2.7km 정도이고 면적은 395,986㎡이다. 영원산성은 173,068㎡, 해미산성이 159,917㎡이니 두 성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크다. 

금두산성은 자연석을 활용하여 성을 쌓았다. 해미산성이 장방형으로 돌을 다듬어 성을 쌓는 고구려와 신라의 축성방식을 따랐다면 금두산성은 영원산성과 같은 고려시대의 축성방식이다. 치악산의 세 산성중 가장 높은 곳에 있지만 성안에는 물이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세 곳의 산성중 가장 높은 지역에 있지만 경작 가능한 평탄지도 넓다. 숯가마로 보이는 원형의 낮은 돌담과 화전민의 흔적도 남아 있다.

지난 8일 해미산성이 강원도 지방 문화재로 지정 고시되었다. 2021년 5월 31일 강원도에 문화재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고대부터 한반도 중심부에 자리한 거점도시로서 원주의 도시 정체성을 지닌 문화유산이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측량하고 국유지로 보존한 금두산성은 광복 80년이 되도록 우리는 돌보지 않고 있으니 씁쓸한 일이다. 2024년 광복절 기념사업으로 금두산성 조사를 시작하면 어떨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박종수 전문기자(전 원주시 학예연구관)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