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열린 농업인의 날 삼토제례 행사. (사진 제공: 원주시)

매해 정부가 주최하는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원주에서 치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농업인의 날 발상지에서 행사를 열어 그 의미를 확대하자는 것. 이달 초 원주시가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농업인의 날이 11월 11일인 이유는 삼토(三土) 사상에 근거해서다.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사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아 이날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十'과 '一'이 합쳐 흙 토(土)가 되기 때문에 매년 11월 11일 11시에 기념식을 열고 있다. 

농업인의 날 개최를 제안한 사람은 원주사람이었다. 농촌지도자연합회의 전신인 농사개량구락부 원성군 연합회장을 역임한 고(古) 원홍기 선생은 농업인의 날을 만들어 농업인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했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을 시민들과 나누면서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애썼다. 

원주 지역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하고 있다. 정부도 내무부(현 행정안전부)령(令)에 따라 1996년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 11일을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했다. 그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기념식을 연 것이 정부가 주최한 첫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었다. 이듬해인 1997년부터는 '농업인의 날'로 변경해 온전한 농업인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작년 기념식(11월 10일 개최)은 경기도 수원에서 열렸다. 전국 8개 지역에서 진행된 농업인의 날 기념식장과 생중계로 연결해 행사를 진행했다. 농민 등 5천3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는 1996년 1회 기념식 이후 최대 규모였다. 농업·농촌 발전에 이바지한 농업인 유공자 160명에게 정부 포상이 수여됐다. 대통령이 참석해 시상할 정도로 매우 비중 있는 행사로 치러졌다.

원주시는 이 행사를 농업인의 날 발상지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최초로 농업과 농업인의 중요성을 행사로 알린 곳이고,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 일등 공신이 바로 '원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주시는 풍물 경연대회, 농특산물 품평 전시회 등을 열며 전국 행사로서 '농업인의 날'의 의미를 부여해 왔다.

원주시 곽희동 농촌자원과장은 "이달 초, 농업기술센터 소장, 농업인육성팀장과 농식품부를 방문해 농업인의 날 원주 유치 의사를 밝혔다"며 "서울이나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렸던 행사가 농업인의 날 발상지에서 열리면 그 의미가 배가 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원주시는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정부에 농업인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했다. 그 결과 1996년 농어업인의 날이 국가기념일이 됐다. 원주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옛 원성군 농민회관 자리였던 단관근린공원에서 삼토 제례를 올리고 있다. 이후 전국에 많은 지자체가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정부 주최 농업인의 날 행사가 원주서 열리면 수천여 명의 농업인이 원주에 모여 그 의미를 되새길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