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면증 치료제 소프트웨어 (주)에임메드 '솜즈'

연세의료원이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을 시작했다. 환자에게 약 대신 불면증 개선 치료 소프트웨어를 처방한 것. 관련 시장이 급성장해 우리 기업들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9일 서울대병원은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를 처방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임상연구 등에서 사용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처방된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달 12일, 원주 연세의료원도 수험생활 중 불면증을 얻은 환자 A 씨(26세)에게 솜즈를 처방했다. A 씨는 수면제한, 자극조절, 인지재구성, 근이완, 수면 위생교육 등 불면증 개선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받았다.

삼정KPMG에 의하면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2천566억 원 규모다. 2019년 1천247억 원에서 3년 만에 두 배 성장했다. 2025년이면 5천28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시장 규모도 지난해 50억 달러(6조5천425억 원)에서 2025년 89억 달러(11조6천457억 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주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자금력은 물론 기술력이 부족해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연세대 원주의대 서영준 교수는 "원주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기기에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기업들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의료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지난 2022년, 개방형 디지털 치료기기 플랫폼 '커넥트-DTx'를 개발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자와 치료서비스, 제품, 장소 등으로 생성되는 정보를 연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 커넥트-DTx 기반의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의 상태를 입력하면 그에 따른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은 병원의 전자처방·의무기록 시스템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보험급여 청구나 심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과도 편리하게 소통이 가능하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사가 모든 기관과 개별적으로 접촉할 필요가 없다.

의료빅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도 가능하다. 불면증 치료기기 외에도 치매, 파킨슨병, 금연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개발 중이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의료기관은 물론 정부 부처,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회사가 편의성과 안전성이 향상된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일상생활 알고리즘, 치료 패턴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첨단 의료 시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기기 등이 신속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규제 지원을 비롯해 연구개발, 임상시험, 국내외 인허가, 품질관리체계 적합성 인증, 수출 홍보·지원까지 모든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혁신의료기기 기술 지원(2억3천만 원),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허가·GMP 지원(14억6천만 원), 임상표준데이터셋 개발·제공(4억 원), 수출지원 대상 선정 및 홍보 지원(2억5천만 원) 등을 추진할 것이라 했다.

오유경 식품안전처장은 "디지털의료기기 분야는 우리나라가 바이오·디지털 헬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주춧돌이 되는 분야"라며 "정부의 국정 목표인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실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K-의료기기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유관 단체를 통해 지원 대상과 신청 정보 등 세부 정보를 안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