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내년이면 고령화율 20%로 노인의 인구비율이 14세 이하 연령층보다 많은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초고령사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과제이다. 일본은 현재 고령화율이 29%이며, 2040년 노인인구가 34.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도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고 이것은 여타의 선진국들도 당면한 일이다.

늦었지만 도시가 미래발전계획을 세우듯 국가와 자치단체도 고령사회를 대비한 중장기 미래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껏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문제의 해결점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에 대한 대처를 의료, 간병 등 단편적인 복지정책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2021년 노인 인구는 891만 명으로 이에 따른 장기요양급여비는 11조 원가량이었다. 2022년에는 노인 인구가 938만 명으로 증가하고 장기요양급여비는 12조6천억 원으로 13.1%로 증가했다. 노인 인구 천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른 종사 인력은 62만 명인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생활서비스 돌봄, 가족 돌봄에 종사하는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배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정부의 돌봄 정책이 중증돌봄과 시설돌봄에 집중되었지만,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건강한 생활돌봄, 공동체 중심의 경증돌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왕진 진료를 하는 강원의료사협의 김종희 원장은 “엘리베이터 없는 3층 건물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은 무릎이 아파 계단을 못 내려온 지 3년이 넘었다. 이 분은 죽어서야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생활 돌봄이 불가능한 주거환경이 다수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고령화 시대 주택정책은 혼자서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공동체적 돌봄이 가능한 주거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원주지역 노인 1인 가구가 1만2천여 가구로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넓고 높은 아파트가 노인주거돌봄에 적합한 주거환경일까 우려스럽다.

2020년부터 시행된 통합돌봄 시범사업으로 ‘요양병원입원자 자택복귀 프로그램’은 지역의 병원, 지자체와 연계하여 주거를 기반으로 한 일상생활서비스(주거,식사,이동지원 등)을 지원한다. ‘노나메기’는 작년 하반기에 원주한살림, 강원의료사협과 함께 20여 가구의 주거생활서비스 돌봄사업을 진행했다.

전등이 고장 나도, 수도꼭지에서 물이 줄줄 새어 나와도, 뚫어진 방충망으로 모기나 파리가 들어오고, 깨진 창문을 테이프로 찡찡 붙여놓고, 문고리가 고장 나서 닫히지 않고, 오래된 문짝의 도르래가 고장 나도 이제는 마을에서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기에 소소한 불편사항들을 고치거나 교체하는 주거생활서비스사업이 요구되었다.

올해 원주시는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사업’을 시행한다. 그런데 정부지침에 의하면 사업영역이 재가돌봄, 가사관리, 병원 동행, 심리지원 등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서비스 영역은 부재하다.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주거를 중심으로 먹을거리·문화와 여가·생활운동·노동·교류 등 일상생활 영역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체계와 마을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출생률 저하, 미혼과 비혼의 증가 등 인구는 감소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족 돌봄은 가능하지 않다.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료비가 늘어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이 증가하기에 지역사회의 역할인 마을돌봄, 주거기반형 돌봄인 돌봄의 사회화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망치를 들고 마을주민들의 동네 목수가 되어야 하고, 미용가위를 들고 노인들의 이발사가 되어야 하며, 매일매일 들러서 약 시간 챙겨주고 가스 밸브도 챙겨주는 이웃사촌이 필요하다. 골목길 화단에 꽃을 키워주는 마을정원사도, 마을 공터에서 휠체어를 끌어주고 주민체조와 걷기를 이끄는 건강반장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 노인분들과 텃밭에서 신선한 채소를 키우는 도시농부도 있어야겠다. 주민의 생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마을돌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제는 노인의 존엄한 노후를 위해서 온 마을의 참여가 필요하다.

노나메기 대표 변재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