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원주시 무실동 일대를 청소하는 가로청소 환경미화원이다. 현재 가로청소 업무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도 공단 소속 환경미화원이다. 공단에서는 ‘가로청소 담당 주임’이라는 호칭을 쓰지만, 시민들에게는 ‘환경미화원’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니 이 글에서는 환경미화원으로 지칭한다.

설명절을 앞두고 명절 연휴 4일간(2월9일(금)~2월12일(월))에 대한 환경미화원들의 근무 일정이 제시되었다. 공단은 휴일4일 중 1일, 그것도 연휴 중간인 11일(일요일)을 근무일로 제시하였다.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는 그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휴일근무 일정은 공단 설립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2020년 7월 1일 공단 설립된 이후 총 7회의 명절 연휴 근무가 있었으나 연휴 기간 중간에 근무를 배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연휴 첫날 또는 연휴 마지막날 근무를 실시하였다.

이는 가로청소 업무가 공단으로 이전되기 훨씬 전부터 유지되던 환경미화원 휴일 근무의 체계였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2024~2026년 원주시 생활폐기물 수집·용역 과업지시서’에도 휴일운영에 관해서는 “계약기간 중 휴일은 매년 1월1일, 설 당일, 설 다음날, 근로자의 날, 추석 당일, 추석 다음날, 매주 일요일로 하며”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최소한 명절의 당일과 명절 다음날, 일요일은 환경미화원들에게도 휴일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 공단만이 명절 다음날, 그것도 일요일에 근무를 배치한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서라면, 1년 365일 청소업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원주시 입장에서는 예산이 반영되는 일이고, 실제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도 있다. 시민에 대한 양질의 청소서비스 제공, 환경미화원의 휴식권 보장, 예산문제 등을 두루 고려하여 연휴 첫날 또는 연휴 마지막날 근무일정을 배치하는 것이 오랜 원주시 청소행정의 공감대이다. 그러나 이를 원주시 산하 공기업인 공단이 갑자기, 아무런 소통과 공감대 형성도 없이 무참히 깨고 있다.

당연히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부서장의 갑질이자 괴롭힘이라는 항의가 빗발친다. 일부러 연휴 중간에 휴일을 배치하여 환경미화원들의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게 함으로써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단은 말로는 인권경영, 일·가정양립을 외치지만, 실제 업무처리 과정에서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인권과 일·가정 양립은 짓밟히고 있다.

2023년 7월 취임한 조남현 이사장은 2024년 시무식에서 ‘소통과 화합의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이 소통인가? 소통이라면 최소한 명절 연휴 근무 계획에 대하여 환경미화원들의 의견수렴을 한 번쯤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수년간 이어왔던 환경미화원들의 명절 근무 체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라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부서장의 권한’이라고 내리꽂으면 그만인가? 소통이 없는데 화합이 어찌 가능한가? 소통이 없으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제때 풀리지 않으면 큰 갈등이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상식대로, 원주시의 기준대로 환경미화원들의 명절근무 계획을 수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 가로청소환경미화원 정인탁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