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호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사무국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라는 뜻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실은 은폐하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유사한 속담은 눈 가리고 아웅이 있으며, 뜻이 같은 사자성어로는 일수차천(一手遮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랴), 이장폐천(以掌蔽天)이 있다.

과거부터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들의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여러 실정을 범하며,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앞으로는 부디 좋은 것만 반복되길 간절히 바란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그로 인해 공직사회에는 선출직 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이 공존하게 되었다. 시험을 보고 들어온 일반직 공무원을 우리는 늘공(늘 공무원)이라고 부르고 반면에, 지방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 들어온 공무원을 우리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 지칭한다. 필연적으로 늘공과 어공 간에 사고의 간극은 매우 크며, 그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지자체 운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제도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도 여전히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잊을만하면 지자체장과 그 측근들의 직권남용을 포함한 각종 비리 행위들이 언론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잠시 이양받아 행사하는 선출직 공무원 즉 어공의 반복되는 일탈 행위를 우리는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늘공들은 항상 권력의 흐름에 민감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공의 성향에 따라 늘공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법 제48조(성실의 의무) 모든 공무원은 법규를 준수하며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법조항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현실에서는 늘공은 늘상 어공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수행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거부 시에는 어김없이 그에 대한 좌천 등의 인사 보복이 따라오고, 지시를 충실히 따를 시에는 훗날 감사 혹은 수사에 대한 리스크를 오롯이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구조이다. 이런 상황의 반복속에서 공무원들이 과연 영혼 있게 일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언제까지 어공의 부당한 지시를 늘공들은 따라야 하는가?

지방자치제도는 선출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지방의회’라는 또 하나의 기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자체장을 견제할 의무가 있는 지방의회도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되어버렸고, 결국 그들도 늘공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방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은 선출직 공무원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각종 인허가 허가권 등에 대한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 제정을 위한 범시민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실현하고자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원공노)이 ‘트리거 즉, 촉매제 역할’을 주도하겠다. 이미 원공노는 지역 국회의원인 송기헌·박정하 의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강력히 어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를 텄다. 두 분의 국회의원들도 이제는 논의할 시점이라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 주었다. 원공노는 22대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법 제정을 위해 국회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지방자치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 고리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모두의 바람인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날이 멀지 않은 시점에 올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