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우리 사회 언제부터인가 이 단어는 핫한 키워드가 되었다. 생애주기상 청소년기와 노년기 사이의 성인기는 의례적으로 독립, 결혼, 출산, 양육이라는 발달 과업을 갖는 시기로 보았다. 넓은 범위의 성인기 중 일반적으로 40세 이전까지의 성인 초기를 요즘 우리 사회는 '청년'이라는 단어로 명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청년이라는 단어는 왜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의 화두도 대두되었는가? 이는 이전과 다르게 청년들이 부모로부터의 독립, 결혼, 출산, 양육이라는 발달 과업을 달성하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발달 과업이라고 여기지도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부모 세대와의 갈등과 더불어 부의 양극화에 따른 청년 세대 내 갈등까지… 이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그렇기에 교육훈련, 주거, 문화 등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정책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강원도가족여성연구원 및 강원도사회복지사협회 주최 청년 정책 공모전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역 정책 개발 및 지원에 반영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청년들은 은둔고립 청년, 청년 공간, 청년 번아웃, 청년 교통비 지원, 문화 지원, 주거 지원, 공공 분야 인턴십 등 청년 세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들을 매우 넓은 스펙트럼에서 제시하였다.

 이러한 정책 내용들의 전반에는 같은 세대라 하더라도 그들의 특성에 따라 세밀하고 촘촘한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청년의 한 쪽에서는 청소년 시기에서부터 학교 부적응 등으로 고립되어 은둔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취업, 교육, 훈련 등에 참여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경제 활동 인구에서 조차 잡히지 않는 청년들도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며 스펙 쌓기에 몰두한 결과 정작 사회로 진출했지만 높은 집값과 투자 비용에 비해 낮은 임금 및 불안정한 고용상태, 대학 학자금 대출 등 불안정한 삶의 기반으로 이미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번아웃 상태에 놓여 있는 청년들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질환 및 장애, 수감 등 보호자역할의 부재로 인해 가족돌봄을 수행하며 자신의 삶을 돌보는데에는 지쳐 있는 청년들도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당분간 쉬겠다', '한동안 쉬다가 취업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만나게 된다.

 대학 재학, 졸업과 취업이 의례적으로 이루어지던 시기에 비해 자신의 비전과 진로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는 긍정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로 유예의 시간이 계속 지연 되며 실업 상태 혹은 단기 근로의 고착화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연결된다. 청년들은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로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생산성과 창의성 저하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세내 내 청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삶의 경로은둔고립, 니트(NEET), 번아웃, 가족돌봄, 근로 빈곤, 문화 복지에 대한 증거들을 기반으로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특성에 기반하여 지역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청년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청년을 바라봄에 있어 우리 사회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심화된 경쟁,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 세대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제가요? 이걸요? 왜요?'로 회자되는 이기적인 세대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좀 더 그들의 삶의 문화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기 위한 시도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청년의,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공약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저 그들의 한표를 얻기 위해 환심을 사는데 불과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성 있게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할당할 것인가의 기로에 다시 한 번 서게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실현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수민 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