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신축·개청한 태장2동 행정복지센터에는 1층 민원실 옆에 카페가 있다. 관내 25개 행정복지센터 중 카페가 있는 곳이 이곳뿐이다.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시니어 카페 '봄날'이다. 원주시가 시니어클럽에 무상으로 임대해 어르신 24명의 일자리가 생겼다.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 행정복지센터 1층을 무상 임대받아 커피값은 당연히 싸다. 인근 주민들은 저렴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원주시는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해 호평을 받는다. 2층에는 흥양천 공동체라디오 방송실도 있다. 행정복지센터를 신축하면서 행정 공간과 문화공간이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원주시립중앙도서관 건너편에 건립 중인 단구동 행정복지센터 1층에는 장난감 도서관이 조성된다. 영·유아를 양육하는 가정에서는 장난감 구입비가 적잖은 부담이다. 원주시가 운영하는 장난감 도서관은 장난감을 대여·수거한 뒤 세척·소독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장난감 도서관에 호응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단구동 행정복지센터에 장난감 도서관을 계획한 건 단순했다. 장난감 도서관 요구는 빗발치는데, 설치한 만한 곳이 없자 동장실을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공무원 불편이 시민 편의로 이어지는 셈이다. 

 민선 8기 원강수 시정의 주요한 기조는 세금을 적재적소에 집행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허투루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대내외에 밝혔다. 태장2동 시니어 카페 '봄날'과 단구동 장난감 도서관은 이러한 기조를 반영해 기획했다.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한 명분도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였다. 신축 비용에 버금가는 리모델링 비용은 물론 향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운영비를 따져봤을 때 실익이 적다고 판단해 반대를 무릅쓰고 철거했다. 

 시민 세금으로 마련한 행정 공간의 효율 극대화는 원주시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사적 영역과 비교해 행정 공간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명륜동 옛 원주여고 터에 조성한 남산골문화센터이다. 토지 매입비와 리모델링 비용으로 원주시에서 투입한 예산은 312억 원이다. 원주시는 앵커 시설이 부재한 명륜1동 활성화를 위해 남산골문화센터를 조성했다. 그러나 원주여고가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21개 읍면동에 설치된 주민자치센터 대다수는 공무원 퇴근 시간에 문을 닫는다. 직장인은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할 수 없는 구조이다. 단적인 예지만 시청 2층 도의원 사무실에 불이 켜진 걸 본 공무원을 찾아볼 수 없다. 시청을 방문하는 원주 도의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했지만 활용되지 않고 있다. 

 눈 씻고 찾아보면 이 같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평균 2년 단위로 보직이 바뀌는 인사 특성 상 끝까지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어서다. 민선 8기는 달라야 한다. 전체 행정재산 활용도를 꼼꼼히 점검해 효율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 알뜰 행정은 물론 시민 행복을 높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