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적게는 2천 명, 많게는 5천 명가량 증가하던 원주시 인구가 지난해엔 천 명 이하로 떨어졌다. 1995년 시·군 통합 이후로 인구 증가 폭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 지난해 25개 읍·면·동 중 인구 증가를 기록한 지역도 단 7곳에 불과했다.

원주군과 원주시가 통합된 해는 1995년이었다. 그 당시 23만8천 명 수준이던 원주시 인구는 2007년에 30만 명을 넘더니 2021년에는 36만 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도시개발과 교통인프라 확충이 한몫했다. 최근 10년을 들여다봐도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조성, 광주~원주고속도로 등의 교통망 구축이 인구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 해 인구가 952명 증가에 그쳤던 2013년을 제외하고 적게는 2천 명, 많게는 5천700명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이러한 성장세가 둔화됐다. 2022년 대비 2023년 인구 증가 폭이 696명에 그친 것이다. 혁신도시가 있는 반곡관설동이 2천471명이 증가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고 뒤를 이어 태장1동(2천263명), 지정면(443명), 명륜2동(139명), 흥업면(52명), 무실동(50명), 신림면(20명)이 순증가를 기록했다. 나머지 행정동은 적게는 42명(부론면)에서 많게는 856명(단구동)까지 인구가 줄었다. 

원주시 관계자는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 전체가 겪는 현상으로 도내에서도 원주와 고성만이 인구증가세를 기록했다"며 "장기화한 출산율 저하와 20·30대 청년층 이탈로 인구 증가 폭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원주시에 따르면 우리 시의 합계 출산율은 2019년 1.03명을 기록한 뒤 2022년 0.941명까지 낮아졌다. 혼인 건수도 2019년 1천698건에서 2022년 1천457건으로 200건 이상 감소했다. 자연인구 증가요인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20·30 청년층이 1천307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도내 18개 시·군 중 20·30세대 감소 폭이 가장 크게 쪼그라든 도시는 원주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같은 대형 사업을 원주시에 유치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송기헌(원주을) 국회의원은 지난 3일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원주는 혁신도시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가 진행돼 다른 도시보다 발전해 왔다"며 "국가적 차원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원주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시도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회발전특구 등을 유치해 인구 증가 효과를 꾀하고 있는 것. 기회발전특구는 기업 이전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지방균형 발전책이다. 이곳에선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신청하려면 원주시가 먼저 앵커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산업용지가 부족해 기업유치에 애를 먹는 현 상황에선 특구 신청이 불가능하다. 송기헌 의원은 "원주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 AI, 빅데이터, 디지털헬스케어 육성 사업 등을 추진해왔지만 이제는 그런 걸 뛰어넘어야 한다"며 "원주 정치권 인사들이 한 마음이 되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인구 늘리고 복수주소 도입"
한편,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서 유럽처럼 복수주소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지난달 강원연구원이 '강원도에서 2개 주소지 제도를 도입하자'라는 정책을 제안한 것. 프랑스,독일, 영국 등에서는 이미 2개 주소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962년에 제정한 주민등록제와는 다른 개념으로 정부 또한 복수 주소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연구원 정영호 연구위원은 "복수 주소제를 도입하면 해당 지역에서 다양한 소비와 경제 활동을 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부거주지에 세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도 이점"이라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지역 소멸 위기 시대에서는 생활인구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복수 주소제를 시행하는 독일의 경우 거주와 생활시간은 직장 근처의 부거주지가 길다. 하지만 주말의 경우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곳을 생활의 기준점(주거주지)으로 간주한다.

정 연구위원은 "복수 주소제는 '5도(道) 2촌(村)', '워케이션' 등 사회 트렌드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며 "중앙정부의 복수 주소제 시행에 맞춰 지역 특색을 살릴 인구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