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린다. 가슴은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고, 숨을 몰아쉬어도 여전히 답답하다. 식은 땀이 나며 어지럽고 온 몸에 힘이 빠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이러한 증상을 보인다면 이는 위험을 감지하여 회피하거나 맞서 싸우려 하는 우리 몸의 당연한 신체반응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아무 일도 없이 아무 때나 갑자기 심지어는 잠을 자다가도 나타난다면?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내 몸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다 한번 나타났다가 없어지면 그래도 그만이겠으나 이러한 증상이 몇 차례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응급실을 찾을 수 밖에 없으며 온갖 검사를 하게 된다. 

 요즈음 많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여 흔히 연예인병이라고 하는 공황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공황장애는 말 그대로 극심한 공포가 갑자기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 공포가 너무나 극심해 당하는 사람은 곧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공포심으로 인해 두근거림이나 숨막힘 같은 신체증상이 더욱 악순환을 보이며 악화되어 나타나 내가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게 되며 반복적으로 병원을 찾고 각종 검사를 받게 된다.   

 증상이 수개월 계속되면 혹시나 발작이 일어나서 쓰러지거나 잘못될 것이 두려워 대중교통이나 사람이 많은 곳을 회피하게 되는 광장공포증이나 엘리베이터나 극장, 터널 같은 환경을 두려워하는 폐쇄공포증이 동반되게 되고 외출하기를 꺼려하게 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한을 겪게 된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들의 70%에서 병전에 상당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를 경험했다고 하며 습관적인 음주와 과량의 카페인 섭취, 다이어트 약물 등이 간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환자들이 겪는 극심한 공포와 생활의 어려움과는 달리 공황장애의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공황장애가 생기면 환자들 대부분이 각종 신체적 질환에 대한 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는 내가 신체적인 면에서 이상이 없다는 것을 인지적으로 확인하고 안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과 인지치료 그리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를 받게 되는데 대부분 1~2개월 내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된다. 물론 완전히 회복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 후에도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요즈음은 공황장애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질병발생 초기에 발견되어 별 무리 없이 치료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나 간혹 오랜 시간 동안 진단이 늦어져서 병이 악화되고 만성화되어 심각한 광장공포증이나 대인기피증 또는 우울증 같은 후유증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그 만큼 치료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공황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규남 이신경정신과 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