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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으로 전해진 호저면 '열녀암'…문헌 고증 확인

해동암각문연구회, 문헌고증·현장조사 진행 박수희 기자l승인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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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저면 산현교 다리 밑에는 음각으로 열녀암(烈女岩)이란 표시가 있다. '이애신 처 김 씨 절차서'란 음각도 함께 새겨져 있다. 1940년경에 새긴 것으로 알려진 이 글 속에는 슬픈 사연이 전설처럼 내려온다. '원주시사'에서는 호저 열녀 김 씨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오랜 옛날, 지금 다리가 있는 천변에 아담한 초가집이 한 채 있었다. 비록 가난했지만 금실 좋은 부부로 소문난 두 사람은 겨울이면 산에서 나무를 하고 여름엔 약초를 캐다 원주읍내에 내다 팔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 나무하러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이후 아내는 매일 열녀바위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렸지만 몇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옆 동네 사는 홀아버지가 김 씨를 찾아와 함께 살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홀아비에게 저항할 수 없어 마지막 하룻밤만 이 집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간청하고는 밥을 차려줬다. 한 상 대접을 받은 홀아비가 돌아가고 김 씨는 매일 신랑을 기다리던 바위로 올라가 강물에 몸을 던져 빠져죽었다. 열녀의 길을 선택한 김 씨를 기리며 사람들은 그 바위를 '열녀암'이라고 불렀다. 

호저면 열녀 김씨에 대한 내용은 이밖에도 원주시에서 펴낸 '지명유래집', '전설집'에도 조금씩 바뀌어서 소개되는데, 구체적인 조성 배경과 연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구전되는 자료로만 소개되어 왔다.

최근 이렇게 입으로 전해오던 호저면 '열녀암'에 대한 문헌 근거가 발견돼 주목된다. 해동암각문연구회 강원도암각문조사단(단장: 홍순석 강남대 명예교수)은 열녀 김 씨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문헌을 검색하던 중 '여지도서(輿地圖書)'에서 '원주목 인물: 열녀'조에서 호저면 열녀암에 대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여지도서'는 1757년(영조33)~1765년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성책한 전국 규모의 읍지다. 관찬 지리지로 전국에 걸쳐 동일한 시기에 작성된 읍지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18세기 중엽의 지방 사회를 전국적으로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여지도서'에서는 열녀 김 씨의 남편 이애신이 양인의 신분이라고 기록했으며, 열녀 김 씨의 행적은 18세기 이전의 사실임이 확인됐다. 

암각문을 조성한 주체는 마을주민이었다. 인근 칠봉서원이 있었음을 감안해 서원 유림의 공의로 추진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편찬된 '관동읍지'와 1895년(고종32)에 편찬된 '원주군읍지'에서도 열녀암에 대해 '여지도서'의 기록을 그대로 전재하고 있다.
해동암각문연구회 강원도암각문조사단은 지난 11일에는 열녀암 암각문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 해동암각문연구회 강원도암각문조사단이 지난 11일 호저면 산현리 열녀암 암각문을 찾아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모습.

양한모 원주시 해설사의 안내로 열녀암 실측과 탁본, 3D스캔 작업을 실시해 열녀암에 음각된 기록을 모두 판독했다. 열녀암 암각문은 가로 70㎝×세로 110㎝ 규모로 비갈 형태의 판곽을 만들고 중앙에 '烈女岩(열녀암)' 3자를 종서로 음각했으며, 우측에는 '李愛信妻金氏(이애신처김씨)' 6자를, 좌측에는 '節死處(절사처)' 3자를 종서로 음각했다. 

홍순석 단장은 "호저면 산현리 열녀암 주변은 최근 캠핑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칠봉서원 복원을 통한 관광지역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에 확인된 열녀암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또 하나의 문화유산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 현장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SNS에 올바른 정보를 홍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2017년부터 강원도의 암각문을 조사해오고 있는 해동암각문연구회는 지난 6년 간 현장조사를 통해 영동지역 조사를 진행해왔다. 올해부터는 영서지역의 암각문 조사를 시작했으며, 첫 번째 연구 장소로 원주 호저면 열녀문을 택했다. 

호저면 외에도 행구동, 지정면 등 원주시에 산재해 있는 암각문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와 문헌고증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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