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육상의 꽃을 100미터 달리기라고 한다. 출발선에 서서 빠른 스타트와 막판 스퍼트를 해 결승선을 넘으면 온갖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선수들이 참가한다. 반면 마라톤은 42.195km라는 긴 거리를 달리는 경기이다. 잘 뛰는 선수들도 2시간 안팎에서 순위가 결정된다. 그만큼 적절한 페이스와 경기 운영은 상당히 중요하다.

마라톤에는 눈에 띄지 않고 순위에도 들지 못하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그들은 속도를 조율하여 다른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보조한다. 그의 역할은 전략적 희생이다. 100미터 달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선수들이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우리의 삶도 그렇고 한 조직의 운명도 100미터 달리기의 화려함보다는 마라톤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짧고 빛나는 삶이 있지만 대부분은 장시간 참고 견디며 완주하는 삶들이 더 많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42.195km를 달리는 선수들이다.

가장 빠르게 100미터를 달리는 선수가 섣불리 마라톤 완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례하고 오만한 행동이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빠르기로 마라톤을 뛴다면 그 선수가 완주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할 것이다. 그래서 함부로 마라톤 선수의 속도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주위를 돌아보면 유능한 100미터 선수들이 많다. 그들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 그들이 경계해야 할 지점이 여기에 있다. 대다수 마라톤을 뛰고 있는 서민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들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필자는 원주시의 가로청소 환경미화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동의 양과 강도가 다르다. 아니 일주일 단위로도 일의 양은 수시로 바뀐다. 그러기에 일의 양과 페이스를 조절하여 가장 쾌적하고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아주 가끔 한 번씩 현장체험을 나오는 분들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상처받을 때가 있다.

일이 없다느니, 어렵지 않다느니, 거리를 늘려야 한다느니, 일하는 사람을 줄여야 한다느니하는 소리를 들을 때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마라톤 선수에게 왜 속도를 그렇게밖에 내지 못하냐고 따져 묻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긴 시간 노동하며 지켜가는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결코 쉽사리 할 수 없는 말들이다.

원주시나 원주시 출자 출연 기관의 행정도 이에 빗대어 고민해 본다. 100미터 단거리 선수들이 자신의 성적을 위해 마라톤을 뛰고 있는 시민들에게 속도를 강요하고 채찍질한다면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되겠는가. 같이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지금 원주시의 대표적인 단체장들은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이다. 그들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대부분의 원주시민들은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장거리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진정 함께 달리고 싶다면 필자는 그들에게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한다.

모든 원주 시민들이 자기 삶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자의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출발선에 선수들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에게는 어떤 선수가 필요할까. 내 삶을 유지하고 완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페이스메이커를 만나고 싶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 환경미화원 조한경.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