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고, 빨리 돌아가셔야 한다"는 발언으로 여당 비상대책위원이 사퇴하였고, 얼마 전에는 "미래가 짧은 사람들이 왜 젊은 사람들과 1대 1로 똑같이 표결해야 하냐?"라고 야당 혁신위원장이 발언하여 혁신위가 조기종료되기도 했었다.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노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 1년여 간 시민논객으로 활동하면서 원주의 많은 어른들을 만나 뵈었다. 가끔가다 언론에 어른 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나이 많은 사람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이 어른의 역할을 못하는 경우를 접하기도 하지만, 필자가 뵌 원주의 어른들은 대부분 어른다웠다. 그분들이 살아오신 인생이 모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각자 다른 인생이었기에 각 어른들의 말씀에서 여러가지 배움을 얻었다.

 늙어서 미래가 짧다거나 빨리 돌아가셔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위에서 거론한 두 정치인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현 사회에서 왠지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는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나이 많은 사람', 즉 노인의 기준은 65세이다. 65세가 되면 노인복지법에 의하여 보호되면서 각종 경로우대가 시작된다. 나이가 들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존재로 구분하여 놓고 있는 것이다.

 노인은 단순히 늙었다는 것이 아닌 삶의 지혜를 가지고 계신 어른으로 존경해야 하고 후세가 배워야 할 스승으로 구분하면 어떨까 한다. 직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정년은 60세로 정해놓아 일도 못하게 하고, 노인을 65세로 규정하여 부담적인 존재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노인은 살아오는 동안 후손양육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존경받으며, 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UN은 청년(18세~65세), 중년(66세~79세), 노년(80세~99세)으로 규정하고 있다. UN에서는 65세를 청년, 79세까지는 중년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뵈온 원주의 노인(?)은 노인이 아닌 청·중년이었다.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셨고, 삶에 대한 열정도 넘치시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넘친 어른이었다.

 나이가 많으면 모두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듯 어느 노인이라도 그 노인은 그 집안의 어른으로 모두가 귀한 분이다. 길가의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 지나가는 사람 눈에는 그저 보잘 것 없는 노인으로 보이겠지만, 그분도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은 우리에게 스승이 될 수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이 살아오면서 겪어오신 경험, 그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하고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 그리고 자수성가(自手成家)도 사실은 없다. 자신을 건강하게 키워 준 부모가 있었고, 올바르게 가르친 스승이 있었고, 능력을 알아봐 주는 회사가 있었고, 함께하는 배우자가 있었고 믿어주는 자식이 있었고 주위의 어른들이 계셨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이 초고령사회라고 너무 걱정하지만 말고 노인의 지혜를 우리가 배우고 노인을 어른으로, 참된 스승으로 우러르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당신이 걸어갈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