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최근 '인구정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인구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인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인구를 주민등록 인구에 국한하지 않고 원주에서 생활하는 사람, 즉 '생활인구'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생활인구는 특정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정주인구(定住人口, 주소를 정해 거주하는 인구)뿐만 아니라 통근·통학·관광 등으로 그 지역에서 체류하며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인구로 간주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생활인구는 정부가 지방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했으며, 지난해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특별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출산율 저하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활인구를 통해 지역의 활력을 높여 지역소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인구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는 그동안 기업유치 등을 통해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려는 도시정책의 변화를 요구한다. 현재 원주시 인구는 36만여 명이다. 하지만 생활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임직원 중 상당수는 원주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지만 원주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5개 지역대학에 재학하는 대학생 대부분도 원주시의 생활인구이다.

 이외에도 타 지역에 살면서 원주로 출·퇴근하는 사람, 사업차 원주를 자주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원주시 생활인구이다. 생활인구 차원에서 보면 원주는 우리나라 도시 중 여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원주시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전국적인 지역소멸 위기에도 불구하고 발전하는 도시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등록 인구수 증가뿐 아니라 생활인구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원주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원주시 인구정책도 생활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양적 증가 못지않게 질적 증가도 중요하다. 질적 증가는 단순히 원주에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원주에서의 활동과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주가 가지고 있는 기존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여 도시에 활력을 불러넣는 전략이 요구된다.

 간현관광지나 최근 건립이 확정된 오페라하우스 같은 시설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박경리문학공원 내 북카페가 '카페서희'로 재탄생하면서 원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은 좋은 사례이다.

 지역자원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청년 문화예술기획자와 로컬크리에이터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이들이 도시 활력을 위한 실험적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으로 지원한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