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내에 지역대학 연계 전담부서 설치 필요
일본에서는 지역 사립대 공립화로 인구소멸 대처

▲ 송병권 상지대학교 아시아국제관계학과/공공인재학과 교수

지방은 인구소멸의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고, 지역대학도 그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강원도에서 원주시를 포함한 2~3개 도시를 제외하고는 인구소멸의 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원주시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으나, 2021년 기준 인구 36만여 명인 원주시의 인구증가율은 0.9%에 불과하다. 고령자 비율도 16%로 고령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세대당 인구수도 2.2명으로 감소 추세에 놓여있다.

이런 실정을 종합하면, 지금 당장은 인구소멸 도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구 증가가 두드러진다고도 볼 수 없고, 오히려 정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추후 새로운 청년인구의 유입이 없다면 역시 노령화와 인구 감소 경향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현 상태의 유지는 결국 향후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노령인구의 증가에 대응할 청년인구의 유입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원주시 학령인구는 전부 합해도 원주에 있는 5개 대학(그중 사립대학이 4개교) 입학 정원의 5분의 3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고, 나머지 5분의 2 이상은 타지역(강원도는 물론, 서울, 경기, 인천, 충북, 경북 등)에서 충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구 36만 도시에 대학을 5개나 보유한 것은 너무 지나치다면서, 수요에 맞추어 공급을 조절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대학 정원을 줄이거나 일부 대학을 폐쇄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미시적인 '합리적 선택'이 반드시 거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않았던 사례는 많다. 

원주에 소재한 지역대학들도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시름이 깊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에 학생 수의 감소는 곧바로 학교 재정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연스럽게 학교 폐쇄를 논의해야 할 단계에 이를지도 모른다.

현재 원주에 소재한 5개 대학이 가진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보자. 원주시에 자리 잡은 대학의 교육행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수요와 함께 학생, 교원, 교직원의 소비자로서의 존재는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원주의 시장에서 소비자로서만 존재할 것이라는 전제는 일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는 다양한 가치를 생산하는 생산자로서도 기능할 과제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 도시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도 지방 도시와 함께 생존을 도모할 대책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지방 도시와 지방 소재 대학의 공존공영을 도모할 대책 마련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존공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하기 위해 일본의 지방 도시와 지방 소재 사립대학의 공생 노력을 참고해 보고자 한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역소멸의 위기는 진작부터 있어 왔고, 또한 지역대학 특히 사립대학도 학령인구의 감소로 폐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대한 타개책 중 하나로 지방자치체는 인구소멸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재정위기에 몰린 지방 사립대학의 공립화를 추진하였다. 그 방식은 사립대학의 학교법인의 이사장을 해당 자치체장이 맡아 공설민영대학으로 전환하면서, 학교법인의 재정난을 타개하며, 점차적으로 이를 공립학교법인으로 이행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한 학교의 학생 확보에서 나타난 순기능은 엄청났다. 공설화의 방향성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학령인구의 감소 경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전환 1년차의 입학지원율은 두 자릿수의 현격한 증가를 보였고, 이후 6년차에 이르기까지 지원율은 감소 경향을 보이나, 안정적인 학생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역내 입학자 비율과 졸업생의 지역 내 취업율도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한 사례도 확인된다. 물론 사립대학에서 공립대학으로 전환된 사례를 조사해 보면, 일부 다시 실패한 사례도 보이나, 대개는 유의미하게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성공과 실패를 가른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립대학을 공설민영대학으로, 그리고 공립대학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배구조의 전환에는 많은 진통과 숙의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전환을 이루었다고 무조건적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성공의 열쇠는 지역대학과 지역의 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하여 다양한 교육수요에 대응한 산·학·정 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제는 크게 세 가지 수준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지역대학의 인재 육성이란 측면이다. 지역사회에 교육 연구 활동과 지역공헌 활동을 통한 인재육성이란 측면이다. 지역 특유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인재육성을 위해 해당 지역에 소재한 대학의 교육자원, 연구 자원,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지역 주민의 배움의 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대학과 지역산업과의 연계라는 측면이다. 지역대학과 지역 기업체가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각자도생하는 관계를 탈피하여, 지역 소재 기업체의 인적, 기술적 수요를 지역대학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지역대학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역대학과 지방 행정의 연계라는 측면이다. 지방자치단체 내에 지역대학과 연계를 전담할 상설 부서를 설치하고, 지역대학에서도 지역 개발과 발전을 도모할 연구센터를 설치하여 수탁연구, 수탁사업, 공동연구 등을 통해 지속적이면서 상시적인 과제를 개발, 설정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개별 지역대학과 지역 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간 긴밀한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원주의 대학, 산업, 그리고 시 행정당국은 당연히 각각의 이해관계와 전망이 존재할 것이나, 세 부문 모두 지역소멸의 위기 앞에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원주라는 지역의 생존과 나아가 번영을 위한 공동의 과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한 거버넌스의 장을 공유할 필요성은 모두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이와 관련한 세 부분의 긴밀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