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넘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은 지역언론 과제
중앙언론과는 다른 저널리즘 원칙과 사명감 가져야

▲ 정의철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지역언론의 변화들이 관찰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피해가 집중된 대구에서 지역방송은 단순 확진자 현황 중계를 넘어, 지자체의 재난 대응력 비판과 함께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방역에 동참하는 주민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보도를 했다.

연구(김연식, 2021)에 의하면,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예방법을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해 긴 호흡으로 정보 위주 뉴스로 전했고, 주민 제보에 충실한 보도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뉴스를 생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과거 보도행태에 대한 성찰과 취재부서의 자율성 증대, 해결지향 저널리즘 실천의 계기도 만들어졌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2022년 1월) 당시 구조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려달라는 시청자 요청에 18일간 생방송으로 응답한 지역방송의 사례도 있다. 유튜브 생방송에 참여한 기자의 기고(이형길, 2022. 04, 신문과 방송)에 따르면 주민들이 방송 중인 건물에 찾아와 취재진에게 커피/핫팩을 전하거나, 건물을 찾느라 헤매다 식어버린 김밥을 전해주는 장면도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등 15년여 기자하며 경험하지 못한 시청자들의 격려와 따뜻한 소통을 경험했다고 자평했다. 

당시, 유튜브 생방송은 누적 30만 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대구와 광주 두 지역방송의 사례들은 어려운 내외부 여건에도, 주민의 삶을 우선하는 취재와 유튜브 활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토대로 재난에 대한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주민 요구에 '응답'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지역과 밀착된 감염병, 지진, 폭우(설) 등 자연재해, 대형사고 등에 대해 지역언론이 더 잘 취재·보도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과 지역언론 내부의 혁신과 준비도 시급함을 보여준다. 

최근 원주에서도 지역언론의 응답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원주투데이>는 상지대 지역정책연구소와 협업해 '지역대학교수와 함께 하는 원주 아젠다세팅'을 진행 중이다. 안전, 보건, 교육, 행정, 소통, 간호, 영양 등 광범위한 분야들을 망라하는 지역대학이 보유한 전문가 교수들이 매달 칼럼을 통해 지역 현안을 공론화하고,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관찰자적 사실 전달과 비판에 익숙한 채 해법까지 나가지 못하는 저널리즘의 관행과 이를 부추기는 상업화와 경쟁으로 심층취재가 힘든 조건에서 지역대학-언론 협업을 통해 지역 현안을 심도 있게 진단하고, 해법을 탐색한 것은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신선한 시도이다. 

<원주MBC>는 '디지털트윈개발자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대학과 연계해 교육생을 모집하는 등 교육의 전 과정을 책임지면서, 주민과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콘텐츠 제작역량을 키우고, 관련 분야 진출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고도의 디지털 제작능력을 갖춘 주민을 양성하는 것은 지역의 방송문화 콘텐츠 역량 강화에 기여하며, 지역방송사가 주민과 밀착해 교육을 제공하고 봉사한다는 점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이러한 변화들이 지역언론에서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소망을 갖고 글을 이어간다. 

▲ ◇유튜브로 시작해 TV 생방송까지 이어진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 보도(사진출처: ⓒkbc광주방송).

지역에서 주민의 건강과 안전, 생계와 복지를 챙기고, 비판을 넘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은 지역언론의 일차적 과제이자 중앙언론에 비해 월등히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갈등과 양극화, 국제관계의 불안정성 등으로 더욱 빈번해진 재난과 갈등들은 대부분 지역 밀착형이며, 지역언론이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재난이나 갈등 이슈는 사후 대응뿐 아니라, 예방과 전개, 복구와 회복의 전 과정도 지역과 밀착된 지역언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또한, 이주민, 장애인, 빈곤층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열악한 거주·노동환경에 있는 계층에게 마이크를 주고,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도 주민과 접점이 높은 지역언론이 잘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성', '기계적 중립성' 등 관찰자적 저널리즘 원칙들이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 생계를 위해 문제의 지적과 비판을 넘어, 주민 요구에 응답하고,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주도하는 것을 지역 저널리즘의 사명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역언론은 중앙언론과는 다른 저널리즘 원칙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다 같은 언론인이기 때문에 같은 윤리기준과 보도준칙의 적용을 받는 것도 맞지만, 지역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며, 서울 포함 모든 지역들은 다양성을 갖고 있다. 또한, 언론이 봉사해야 하는 주민들의 요구도 다르고,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도 상이하다. 

질문과 비판이 '업(業)'인 언론도 이제는 '응답'과 '성찰'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부 혁신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의 제안들과 함께, 생업에 열중하는 주민이자 시청자들의 생생한 요구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식상한 관급기사 비중을 줄이고, 생업과 일상이 전개되는 마을 단위 문제들을 파헤치고, 땀 흘려 해법을 찾아 응답하는 역할이 혁신의 시작이다.

재정위기 등을 말하는데, 다른 조직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혁신에 나서고 있다. 국공립, 사립을 넘어 지역대학들이 얼마나 지역특화형 계획들을 세우고,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며, 혁신을 위해 발버둥 치는지 지역언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역언론은 상업화, 정파성, 경쟁에 찌든 중앙언론을 따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지역 언론들끼리 연대를 구축해 지역이 겪는 문제에 공동으로 맞서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다양한 세력과 집단들 간 연대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 질문과 문제나열, 비판에 익숙해 있는 언론이 이제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주민 요구에는 경청을 넘어, 응답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오지 않는다. 언론인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며, 언론사는 언론인들의 재교육, 유튜브 활용, 공동제작 등 변화 노력들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예산 부족 등 외부 환경 탓만 하며, 혁신하지 않는 것은 미디어 생태계와 사회변화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는 한가한 행태이다. 예산이나 인력 등 고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언론 간, 또 지역의 대학 및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통해 공론화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지역언론은 이웃이자 생활공동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중앙언론처럼 지나친 경쟁이 필요하지도 않고, 주민들이 원하지도 않는다. 이 점에서, 지역언론 간 공동취재·제작시스템을 강화하고, 시청자·독자 참여를 실질적으로 강화해 주민들이 제작·편성은 물론, 운영에도 주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식과 제도는 과거보다 진일보했지만, 주민에게 '응답'하는 지역언론으로 가기 위한 길은 아직도 멀다. 정치와 행정 수십 년 한 사람들이 꼭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겸손히 주민에게 다가가며, 성찰과 응답, 대안 찾기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기본부터의 변화를 통해 지역언론의 백년대계 아니, 십년대계라도 모색해야 한다. 남은 시간 많지 않아 보이지만, 경쟁 아닌 연대의 손을 지금이라도 내밀면, 안 될 이유도 없다. '응답'하는 지역언론으로의 변화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