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나약하게 태어난다. 그리하여 태어날 때부터 가족이 무리 지어 살게 만들어졌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서로 도우며 부락을 만들고 국가를 건설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란 말 대신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자주 등장한다. '각각 스스로 살기를 꾀한다'는 뜻이다. 사는 것이 힘들어 핏줄이나 나 밖에 안 보이고, 남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은 점점 무관심해진다. '견리망의(見利忘義)'를 2023년의 사자성어로 뽑은 곳도 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것이다. 서글프게도 우리가 공동체를 잃으면 공유지의 비극이 찾아온다. 결국은 모두 황폐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원주는 그동안 인구가 늘어난 지역이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의 혜택을 봤다. 앞으로 상황을 그려보면, 녹록치 않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고, 삼성과 같은 대기업 공장 유치전에 경기도 같은 규모가 큰 지역들이 팔 걷고, 발벗고 나서서 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관광객을 기다린다.

 필자는 지난 1년간 행정안전부 지역활력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여러 도시를 찾았다. 평창이나 인제, 정선 같은 지역만이 아니라 대구광역시 같은 곳도 있었다. 인구가 2만이나 200만 명이나 고민은 같았다. 지역민이 줄고 있었고, 이들을 끌어당길 매력 요소로 양질의 일자리나 인프라가 필요했다. 대한민국에는 총 85개의 시와 82개의 군이 있다. 인구 감소에 대해 다 같이 하나의 해결책만이 정답이라고 똑같은 목표를 향해 뛴다면 누가 이길까? 원주시만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원주시가 고민해 볼 만한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하나는 창직·창업의 시대에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춘천에 있는 창업관련 기관을 자주 찾는 편이다. 해외 진출이나 금융 분야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특정 분야에 대한 강연이나 멘토링을 하기도 하고, 창업 초기 법인의 대표로서 부족한 분야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춘천 교육장에 가보면, 원주에서 온 사람들이 가장 많다. 교육이 끝나면 각자 귀갓길에 바빠서 교류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원주 사업단이 있어서 종종 찾곤 했는데, 그마저도 어려워진단다. 작년 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강원대학교와 공간 계약이 만료되며 원주와 춘천 모두에서 본부 공간을 찾아다녔다. 무상으로 달라는 것은 아니었는데, 원주시는 무심했고, 결국 춘천 한림대학교로 이전했다.

 이제 원주 출장소를 춘천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기관의 입장에서는 효율화를 위해 함께 하는 것이 좋겠지만, 원주가 본점인 기업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원주에서는 초기 청년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스타트업 생태계 인프라가 아쉽다. 도전하고 성장할 기반 말이다. 

 다른 하나는 12월 15일, 중앙동 도시재생센터의 행사에서 배운 점이다. 원주의 원도심 혹은 구도심이라 불리우는 곳이 쇠퇴하는 모습과 여러가지 이슈를 다뤘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곳이고, 수십년을 중앙동에 뿌리내리고 여전히 그곳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자주 간다. 

 그래서 상권이 침체되고, 빈 공간이 늘어나는 문제는 알고 있었다. 거주하는 사람도 대폭 줄었고, 거주민 평균 나이도 60세를 훌쩍 넘은 지 오래 되었다. 그 어느 곳보다 북적이던 중앙동이 한적함을 넘어 안전하지 못 한 것 같아 청년들이 놀러오지 않는다는 점은 충격이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남재성 센터장을 중심으로 민-관-학 연계를 통한 종합적 관점으로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방안에 대한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졌다.

 필자도 청년과 시니어 연계 방안에 대한 발제를 했다. 원주에서 유명한 곳들은 부모 세대의 사업을 자녀 세대가 이어받거나 같이 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도래미시장 김치만두집이나 행구동 옥희방앗간, 판부면 모월양조장이 있다. 실제로 청년들이 창업하고 시니어가 합류하는 경우도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사례들이 해외에 제법 있어서 해볼만 하다.

 작년 내내 우리 사회는 '사랑, 배려와 협력'이 아니라 '분열'에 가까웠다. 각자도생 시대라지만, 원주시에서 함께 더불어 풍성하게 살아가기 위해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 2024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용과 상생이기를 소망해본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