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볏짚피복, 두꺼운보온패드, 백색다겹부직포

농촌진흥청이 과일나무 보온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올겨울 기온이 높아 나무의 겨울잠이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추위를 견디는 힘 또한 약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매년 동해와 냉해에 시달렸던 원주 농가들을 위한 조언이다.

과일나무는 겨우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일정 기간 겨울잠을 자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작년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는 가을(10~11월) 기온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잠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저온 축적량(387CU)이 평년보다 13% 부족했던 것이다. 과일나무 꽃눈이 충분히 겨울잠을 자지 못하면 추위를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 갑작스러운 추위에도 큰 피해를 보기 쉽다.

언 피해를 보는 나무의 한계온도는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과는 영하 30~35도(℃), 포도(캠벨얼리)는 영하 20~25도, 복숭아는 영하 18~21도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속도와 얼었던 조직이 녹는 속도가 빠를 때 피해가 커진다. 원주에서 대량 재배하는 복숭아는 다른 나무보다 추위에 약하다.

지난해 긴 장마와 잦은 비로 잎이 일찍 지고 뿌리 상태가 좋지 않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기존 연구 결과, 물에 잠긴 나무는 정상 나무보다 피해 발생률이 2.8배 높았다. 중북부 지역에서 저온 피해에 매우 약한 ‘가납암백도’, ‘오도로끼’, ‘일천백봉’ 등을 재배한다면 예방조치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포도 ‘거봉’, ‘샤인머스켓’은 ‘캠벨얼리’보다 언 피해를 보기 쉽다. 포도는 토양이 건조한 조건에서 피해가 증가하므로 수분을 적절히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

과일나무의 언 피해를 막으려면 나무 밑동 부분(지면에서부터 1m 이상까지)을 볏짚, 다겹 부직포, 보온 천(패드) 등을 감싸줘야 한다. 보온 천은 10㎜ 이상 두꺼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큰 줄기(원줄기)에 흰색 수성 페인트를 바르거나 신문지로 감싸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언 피해가 확인된 나무는 가지치기 시기를 늦추고 열매 맺는 양을 줄이며 질소질 비료량도 30~50% 줄여 줘야 한다. 껍질이 터진 나무는 틈새가 벌어져 건조해지지 않도록 노끈이나 고무 밴드 등으로 단단히 묶어 줄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전지혜 과수과장은 “겨울철 이상고온 후 갑작스러운 한파는 과일나무에 치명적인 언 피해를 일으키므로 예방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줄기를 덮는 작업 등 겨울나기 관리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