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은 인적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금융기관이다. 출자금이나 예·적금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이를 조합원에게 융자해준다. 자금의 조성과 이용에 관해 상호 간의 공동이익을 추구한다. 대표적으로 지역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이들을 흔히 ‘제2금융’ 또는 ‘비은행예금기관’으로 부른다.

그런데 강원지역 비은행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2022년 말 대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강원·강릉본부가 최근 ‘강원지역 비은행금융기관자산건전성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내며 이같이 알린 것. 특히 원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민들은 예금은행만큼이나 비은행금융기관을 선호한다. 전체 금융거래 중 비은행금융기관 비중은 수신 41.3%, 여신 47.8%에 달한다. 전국 평균 수치가 수신 18.9%, 여신 21.9%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비은행금융기관들은 예금은행보다 실물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례로 지난해 7월 경기도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600억 원대의 PF대출 부실화로 인근 지점과 흡수합병됐다. 정책당국으로부터 받는 건전성 규제가 적은 탓으로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크다.

도내 일부 비은행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도 썩 훌륭한 상태가 아니다. 금융기관의 여신은 건전성 분류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고정 단계는 3개월 이상 연체되고 채무상환능력의 떨어지는 여신이다. 고정여신 비율이 낮으면 재전건전성이 탄탄함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강원본부에 의하면 도내 비은행금융기관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들어 0.6%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말엔 1.6%였는데 지난해 6월엔 2.2%로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연체율(1개월)도 1.2%에서 2.0%로 상승했다.

설상가상으로 대손충담금 적립비율은 하락했다. 채권에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각 금융기관이 쌓아두는 돈의 비율이다. 강원지역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손충담금 적립비율은 2022년 말 124%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6월엔 89%까지 내려갔다. 한 마디로 악성 채권과 연체율은 증가하고 이를 충당할 적립금 비율은 내려갔다.

이러한 상황은 부실한 부동산 담보 대출이 초래했다. 한국은행이 농협, 산림조합,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196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된 것. 한은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악화는 브릿지론, PF대출, 상가담보대출 등 부동산 개발업 대출에서 주로 기인했다”며 “시군별로는 원주와 일부 영동지역에서 자산건전성 악화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원주에선 2015년부터 혁신도시 개발사업이 시작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12개 기관이 이전을 마쳐 2021년 말 2만6천510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전체 임직원(7천64명) 중 가족과 함께 정착한 비율(67.1%, 4천655명)은 채 70%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기 침체 장기화로 혁신도시 미분양상가가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합쳐져 부실대출로 이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취약 조합의 자구노력과 중앙회의 대응 여력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중앙회 예치금과 상환준비금이 예상 인출 규모를 초과해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더 악화하면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PF대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완공 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한다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고금리로 인한 긴축적 금융여건이 장기간 지속하면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건전성이 악화한 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부실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금융기관 또한, 부채 감축을 추진하고 향후 대출 심사 시 투자기관의 리스크 평가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