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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안녕들 하십니까?

시민들의 행복한 일상의 삶을 고민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우선하여 결정해야만 하는 사안들을 모두 편가르기, 힘겨루기로 일관했다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l승인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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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그 후, 그 대자보 옆에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 릴레이가 이어졌고, 나만이 아닌 서로의 안녕과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시대정신을 담은 화답'으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대자보 릴레이는 전국으로 퍼졌고, 대학생들의 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대자보를 넘어, 1인시위와 페이스북 개설, SNS 공유활동 그리고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만남'인 공동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시작을 연 당시 고려대생이었던 주현우 씨의 대자보에는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닐지 여쭐 뿐입니다"라고 물었고, 릴레이 대자보들은, 안녕하지 못한 이유들과 자신들의 삶의 고백 그리고 시대정신들이 담겨 있었다.  

 "상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는 시절입니다. 그간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보면서 안녕하고자 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성균관대)
"정부와 자본주의에 반대하면 모두 불법이고 종북이며 사회 불만세력이 되어버리는 것"이라며 "날씨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도 춥습니다. 안녕치 못합니다." (용인대)
가장 대표적인 인사말인 '안녕하십니까'의 '안녕(安寧)'은 편안한 안(安), 편안할 영(寧)으로, '당신은 편안하십니까?, 걱정 없이 무탈합니까?'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 한마디가 답답하던 정치 상황을 직시하고 시대정신을 일깨우게 된 것이다.

 2023년, 원주시민들에도 여쭤야겠다. "안녕들 하십니까?"
올해, 우리는 혼돈과 불안의 시대를 견디고 있다.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혼돈의 징후들이 나타난 폭우로 수재민이 생기고, 해병대 사망사고'가 있었다. 또한, '일본 핵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 안전과 식생활 불안'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시대의 경제적인 불안' '무역적자로 인한 경제 위기' '정쟁만 있고, 국민의 삶은 아랑곳없는 정치적 갈등의 증폭' '경제적 문화적 격차 심화' 등…. 우리 모두가 힘들고 우울한 일상을 견디며, 살아내고 있다.

 원주에서도 시장이 바뀌었다고, 이전의 절차와 합의를 어떤 공론화의 과정도 없이 다 뒤집고, 부숴버렸다. "전임 시장님의 시책 사업 중에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사업들은 향후에도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이어받고, 시민들이 방향을 바꾸거나 새롭게 추진해야 하는 정책과 시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 "저를 선택하지 않으신 유권자와 시민 여러분께도 앞으로 제가 더욱 분발해서 통합과 화합의 원주시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을 약속드린다" (2022년 6월 시장 당선자 인터뷰)고 했던 원강수 시장이다. 

 그런데, 어떤 평가나 시민 의견 수렴의 과정 없이, "정치적 판단이니 알아서 한다"는 말 한마디로, 시의회에서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점령군처럼 모든 사안을 밀어 붙였다. '아카데미극장 철거 강행' '창의문화도시 사업 고발' '공공위탁 시설들의 위탁 해지 및 시설 폐쇄' '공무원 인사 파행과 다면 평가 폐지' '원일로 명품 가로수 없애기' 등등…시민들의 행복한 일상의 삶을 고민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우선해 결정해야만 하는 사안들을 모두 편가르기, 힘겨루기로 일관했다. 그 갈등의 과정에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들도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민으로서, 안타까운 2023년을 보내며, 맞이하는 2024년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10년 전, 젊은이들이 밝힌 대자보의 글에서 답을 찾아볼까 한다.

 "하루에도 수천 명씩 탄압받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무수한 '나'들은 서로의 죽음에, 서로의 배제에 조금씩 천천히 눈을 감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의 재구성이 필요하며, 다시금 우리의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정치적인 공간의 복원을 염원합니다" (2013년 12월, 중앙대 국문학과 학생회 대자보)


이현주 원주생협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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