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 산업, 3년마다 두 배씩 성장 원주도 연세대 의대 등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 추진 의료기기 기업들, 노하우 부재로 "산업 진입 어려워"  중간지원조직 역량 강화해야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CT, MRI를 촬영하거나 혈액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빈혈을 원인으로 생각해 이러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환자는 말초 평형기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대학병원에서 안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진은 안구의 운동을 말한다. 일정 시간 이를 녹화하고 관찰하면 어지럼증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안진기가 3억 원 이상 하는 고가 장비여서 주로 상급병원에서만 다룬다는 점이다. 이를 판독할 수 전문의도 우리 지역에선 매우 부족하다. 시골 노인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해도 정확한 진단을 받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지난 15일, 강원테크노파크 모바일헬스케어센터(원주혁신도시 위치)에서는 '가상현실 기반 어지러움증 진단 및 치료기기 기술 개발' 설명회가 열렸다.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이 주최한 행사였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어지럼증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연세대 원주의대 서영준 교수는 "휴대용 고글에다 동영상 녹화기능을 넣어 안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며 "원주 의료기기업체 엠아이원에 기술을 이전해 내년 상반기면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팀이 개발한 안진기(고글)에는 인공지능도 탑재됐다. 훈련을 받은 전문의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했던 것을 학습을 받은 인공지능이 보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지럼증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중간지원조직 역량 강화해야"

삼정KPMG에 의하면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2천566억 원 규모다. 2019년 1천247억 원에서 3년 만에 두 배 성장했다. 2025년이면 5천28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시장 규모도 지난해 50억 달러(6조5천425억 원)에서 2025년 89억 달러(11조6천457억 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주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일례로 원주시는 2013년부터 전통 의료기기를 디지털 헬스케어기기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개에 육박하는 의료기기 업체들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길 희망한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기기나 헬스케어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자금력은 물론 기술력이 부족해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것이다. 서영준 교수팀이 개발한 어지럼증 진단 및 치료기기도 2013년부터 개발을 시작, 수십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고 나서야 성공할 수 있었다.

서 교수는 "원주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기기에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 디지털화를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어떤 정부 과제를 받아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지를 컨설팅할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은 강원테크노파크(TP)가 중장기 전략을 세워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체, TP가 어울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은 물론 사업화까지 진행한다. 기업들이 지금 단계에서 진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세세하게 컨설팅해준다. 원주에서도 이러한 중간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서 교수는 "원주에서도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안에 관련 조직이 생겨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정부나 원주시가 인프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