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에 놀러와! 나의 취향 찾기 프로젝트'가 끝났다. 문화도시원주가 주관한 이 행사에서 동네책방 책방지기들은 지난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작가와의 대화, 북토크, 북콘서트, 시 읽는 즐거움, 소설 낭독공연, 책담회, 사진전, 책방지기와의 티타임 등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섭외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행사로 동네책방들이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고 책을 좋아하는 시민들은 연말을 풍성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원주에는 책방이 얼마나 있을까?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파악한 책방이 13개 정도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다. 누구나 짐작하다시피 동네책방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우각으로 책방을 열었을까? '동네책방에 놀러와' 행사에는 '책방지기와의 티타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책방을 운영하며 여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뒤에서 궂은 일만하고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책방지기들이 주인공이 되어 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 책방에 관한 생각과 철학, 책방을 찾는 손님들과 책방을 운영하며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까지 책방지기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책방지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은 이 동네에 책방이 하나 있으면 어떨까? 그 일을 내가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일을 그저 책이 좋아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책방에서 사람들이 대화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며 자신의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하고 문화전도사를 자처해서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동네책방 책방지기는 단순하게 책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책방지기는 책 전문가로서 좋은 책을 골라 책방에 전시하고, 그간 책을 잘 읽지 않았기에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처음 사회에 나와 부딪히는 현실이 힘겨운 사회초년생에게, 진로가 고민인 청소년에게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겨운 초보 부모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어떤 책을 선물하면 좋을지 고민할 때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한다. 책방을 지키며 동네의 크고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동네일에 앞장서고 동네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믿음직하고 따뜻한 이웃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방이 있는 동네는 그 분위기가 다르다. 책방은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마을의 경사나 궂긴 일을 나누는 사랑방이자 구심점으로 마을의 소중한 공간이 된다. 그리고 동네책방은 아이들부터 청소년 그리고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곳이어서 책방마다 정기적 혹은 간헐적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기도 한다.

 동네책방이 문화사업이고 공익사업인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들은 책방을 소중히 여긴다. 일없이 책방을 기웃거리며 책방에 들러 동네에 책방이 생겨 좋다고 이야기하고, 혹시라도 책방이 문 닫을까 매주 책방에 들러 책을 사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들러 책방이 있으니 책을 읽고 싶어진다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다. 

 동네책방에는 책방마다 운영하는 북클럽이 한둘씩은 있다. 사람들은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책방에 모여 책을 윤독하고 책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와서 토론하며 자기 생각을 타인과 나눈다. 그렇게 나눈 선한 생각들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독서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동네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비치한 책이 다르다.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독립서점부터 문학 전문서점, 인문학 서점, 서가마다 주인이 다른 조합형 서점, 한 달에 한 권만 파는 서점, 그림책을 취급하는 서점, 초판이나 희귀본 같은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헌책방까지 책방은 다양한 주제와 분위기와 성향을 보여준다. 그래서 동네책방에는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찾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취향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 

 동네 책방을 그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것이 동네마다 동네책방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사는 동네에는 동네책방에 있는지? 아니라면 가까운 동네 책방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당신 취향에 꼭 맞는 단골 책방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당신의 쉼터같은 장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장시우 작가·문화기획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