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성동 도시재생사업 종합구상도. 내년 말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원강수 시장은 지난 3월 성매매집결지인 학성동 희매촌을 정비할 것을 관계부서에 지시했다. 불법적인 시설물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지 않냐는 게 원 시장의 요지였다. 희매촌은 여성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이자 법과 행정력을 무력화하는 공간적 상징이다. 이에 원 시장은 다른 시·군의 수범사례를 검토해 희매촌 정비를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희매촌은 원 시장이 주력하고 있는 안전도시 구축에도 걸림돌이다.

지난 2019년 시작된 학성동 도시재생사업은 내년 말 종료된다. 작년 말 끝낼 계획이었지만 토지 경계와 지적도면에 등록된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지적 불부합지가 태반이어서 사업 기간을 연장했다. 도로, 공원, 주차장과 같은 도시계획시설은 지적재조사사업이 완료된 이후 시행할 수 있어서였다.

사업 종료까지 1년 남은 상황에서 희매촌 정비가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희매촌 업주와 종사자들은 요지부동이고, 마땅한 정비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이 상태라면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돼도 기대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옛 원주역 앞에 추진 중인 주민 친화공간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원주시와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는 옛 원주역의 효율적인 활용과 관리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옛 원주역을 주민 친화공간으로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데 상호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원주시는 옛 원주역 앞에 공영주차장, 택시 쉼터, 기념품점을 조성한다.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는 미관 개선을 위해 옛 원주역사를 개보수하고, 유명 커피숍을 입점시키기로 했다. 게다가 내년 5월 개통 예정인 치악산 바람길숲 효과가 더해지면 옛 원주역은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희매촌이 존재하는 한 야간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희매촌에는 36개 업소에 54명이 종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원주시 성매매피해자등의 자활지원 조례’가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탈성매매를 신청한 종사자는 6명에 그친다. 이들에게 원주시는 생계비, 직업훈련비 등으로 1년간 약 2천만 원씩 지원했다.

원주시가 희매촌 정비에 고전하는 이유는 단속할 수단이 마땅찮아서다. 원주시는 성매매 피해 상담소인 춘천길잡이의집과 함께 희매촌에서 월 2회 야간 아웃리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종사자들과는 접촉이 어려워 탈성매매를 유도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수준이다. 원주시는 성 매수자를 차단하기 위해 희매촌 입구 등 2곳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업주들의 강한 반발에 시민 안전을 위한 시설로 운영키로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난 2021년 8월 구성한 ‘성매매집결지 정비 TF팀’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TF팀은 원주시, 경찰서, 소방서, 교육지원청, 춘천길잡이의집 등 5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기획·총괄반, 피해자지원반, 행정지원반 등 3개 실무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TF팀 회의 2회, 시민단체 간담호 1회, 업주 면담 3회 등 활동실적이 미미했다. 성 매수자 단속과 범죄예방구역 지정 등 경찰의 역할이 7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원주경찰서를 적극 개입시키기 위해 TF팀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지역 지정과 소방점검을 위한 원주소방서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또한, 자진 폐쇄를 위한 지역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원주시의 역할도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