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방대 혁신을 위해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 결과' 10곳을  발표했다. 강원도에서는 강원대·강릉원주대, 한림대가 선정됐다.

 2026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하여 지역과 대학의 혁신을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지방대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 선정기준과 관련 미래형 교육과 첨단 인재 양성과 같은 교육적 항목과 더불어 지역 동반성장과 대학의 지역 서비스 확대 등 지방과 대학의 연계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요인은 지방대학의 위기요인으로 대두되었다. 이미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기에 현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이 형성되었다. 대학 차원에서는 선정될 경우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역량을 높일 수 있으나 탈락하면 대학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 클로컬대학 사업에 대해 100개가 넘는 지방대학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펼쳤다. 

 선정된 학교에 몰아주기식 지원이라는 구조에서 대학 간 경쟁은 자연스럽게 심화되었다. 혁신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다수의 학교에서는 학과 통폐합, 학과제도 폐지 등 급격한 학사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나아가 국공립대학은 통폐합을 전제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최종 선정된 10개 대학은 국공립대가 7곳으로 비중이 높았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대학 간 통합을 제시하거나 최근 통합을 완료한 대학이다. 

 이번 선정에서 대학통합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한 경북대는 재도전을 위해 금오공대와의 통합논의를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대에 통합논의를 중단했다. 학생들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사업 선정을 위해 일단 뭉치자 식의 통합에 반대했다. 경북대의 사례는 대학간 통폐합이 덩치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장기 비전속에 유기적인 결합과 화합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컬대학 사업 계획에 따르면 강원대·강릉원주대가 통합하여 향후 4개 캠퍼스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원주 캠퍼스는 산학협력에 중점을 둘 것으로 계획했다. 이보다 먼저 통합된 삼척 캠퍼스의 경우 삼척 지역에 대한 통합의 효과와 기여가 미미한 상태임을 고려할 때 계획과 구상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다수의 선정 대학들이 지역 산업에 초첨을 두고 동반성장 계획을 담았다. 경상국립대가 우주항공산업에 주목한 사례가 그러하다. 이번에 예비 선정된 15곳에 포함되었다가 최종 선정에서 탈락한 연세대 미래캠퍼스는 원주지역의 의료기기 산업에 주목하고 디지털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과의 연계 전략을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원주대가 강원대와 통합으로 합류한 것은 원주 지역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타 대학들의 역할과 지역사회 비전을 공유하는 작업은 차기 글로컬 사업 지원을 차지하더라도 시급히 논의되어야할 사안이다. 

 교육은 사업이나 시장의 영역이 아니다. 국공립과 사립대학 모두 공적 교육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도 중요하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시장 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대학 서열화와 수도권 집중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시적 경쟁이 지방대학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하고 산업인력 육성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러한 대학에 대한 인식에 기반한 정책은 대학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재정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시류에 따른 새로운 학과 신설이나 무늬만 바뀌는 전공이름을 양산할 수 있다. 

 정부가 글로컬 사업과 별개로 추진 중인 '라이즈사업'은 유아돌봄부터 대학까지 지역 사회 교육 선순환을 목표로 교육발전특구를 선정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원주가 가지고 있는 산업기반과 공동체 문화기반을 바탕으로  시장으로서의 교육이 아닌 백년대계로서 교육적 비전을 고민해야할 할 때이다.

김형종 연세대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