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문화예술 행사들이 넘쳐난다. 원주투데이에서 보도하는 전시·공연행사만 해도 매주 10여 건에 달한다. 원주투데이가 미처 알지 못해 보도 못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게 많은 문화예술 행사들이 원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화예술 행사 건수만 놓고 보면 원주는 문화예술이 풍성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문화예술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은 얼마나 될까? 지난 1년 동안 원주에서 열린 문화예술 행사를 모두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댄싱카니발처럼 많은 예산을 투입한 행사를 제외한 일반적인 전시회나 공연들은 찾는 사람들이 제한되어 있다. 일부 전시회나 공연은 준비한 사람들의 수고가 민망할 때도 있다.

 원주의 문화예술 행사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수준 높은 전시나 공연도 많아졌다. 그런데 이를 즐기는 시민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문화예술을 접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아 문화예술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활동은 창작활동 못지않게 이를 향유하는데 목적이 있다.

 향유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문화예술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창작과 행사 준비를 위한 노력 못지않게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문화예술 행사를 준비하면서 언론사에 보도자료 조차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취재기자가 자료를 요청해도 귀찮아하는 예술인들도 있다.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다른 홍보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현수막 하나 거는 것이 전부다. 문화예술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화 향유 확대에는 관심이 없다. 

 문화예술 향유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층의 문화복지 확대를 위해 2006년부터 문화바우처 사업을 도입했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역시 이를 향유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꽃 피울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 향유의 저변확대를 위한 원주시와 지역 문화예술계의 적극적인 노력과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원주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의 평가 및 선정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문화예술 향유 확대 방법이나 노력을 중요한 평가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찾아가는 문화예술 행사나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비의 일정 비율을 홍보나 문화 향유 확대를 위해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실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계 조사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문화 향유 기회가 없는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행사를 발굴해 나간다면 문화예술 선진도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