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와 전통주시장이 뜨겁다. 전통주의 부활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오랜 기간 땀흘려 온 많은 분들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주류 종류별 면허 개수는 2018년 2,281개에서 2022년 2,885개로 26.5% 성장했으며 그 중에서 특히 전통주 중 하나인 지역특산주 면허는 2018년 973개에서 2022년 1,514개로 55.6%나 증가했다. 국내 전체 면허의 절반을 넘은 것이다. 

 출고량과 납부세액은 더욱 폭발적으로 신장했다. 2018년 지역특산주 출고량은 6,906㎘에 불과했지만 2022년은 22,511㎘로 무려 226%나 증가했으며 2018년 41억원에 불과하던 납부세액은 2022년에는 499% 증가한 246억원을 납부했다. 한편 강원도의 주종별 면허 수는 275개로 전국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지역특산주 면허는 160개로 강원도 면허 수의 58.2%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주 중에서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민속주의 면허는 줄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역농산물로 특산주를 제조하는 지역특산주의 성장은 농가소득 증대와 농산물 판로 확대 농촌공동체의 유지에 나름 기여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의미있고 뜻깊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특산주의 양적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제도적 보완과 지방정부와 전통주 제조장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특산주와 전통주의 개념이 확실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박재범의 원소주가 붐을 일으킬 때 지역특산주에 해당하냐 아니냐의 논쟁으로 한동안 시끄럽지 않았는가? 또 수입밀가루와 수입쌀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대형 업체들이 자신들도 전통주로 분류해달라고 요구하는 해묵은 민원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진(Jin)과 애플사이다와 같이 오래전부터 우리가 만들어 마시던 형태의 술이 아님에도 전통주로 분류되는 불합리한 점들이 현행 법체계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근원은 지역특산주의 전신인 농민주에서 비롯된다. 농민주(지역특산주)는 1993년부터 농업인들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 추진된 법이다. 따라서 주류제조면허에 필요한 시설요건을 완화하여 손쉽게 주류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영세한 농가들이 만들다 보니 생산한 술을 전통주에 포함시켜 통신판매 등의 특혜를 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도에 따라 입법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원료와 방법들로 술이 제조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모순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에서 독립 분리하되 당초 입법취지에 맞게 주세감면, 통신판매 등의 혜택은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됨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입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대형주류업체들의 전통주 진입은 어불성설이다. 수입밀가루와 수입쌀을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에 전통이라는 옷을 입히기에는 논리적으로나 국민정서상으로도 무리가 따라 보인다. 업체가 장담하는 정책적 혜택의 포기 여부와 상관없이 허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통주 중 지역특산주에 대한 원료 생산지 규제에 대하여, 인접지 외의 다른지역 생산원료를 사용할 경우에도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정범위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허용하면 지역특산주 제도의 입법취지와 목적 등을 달성하기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농산물을 구입해서 제조하는 쪽보다 오히려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고 제조하는 곳에 혜택을 두텁게 하는 쪽으로 차등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통주는 사고파는 하나의 단순한 제품을 넘어 농산물을 생산하고 제조하여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해당 공동체의 인문, 지리, 환경이 망라된 지역 종합관광의 거점임을 인식하고 지자체와 업체 그리고 공동체는 부단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 가야 한다. 업체로서는 특별히 급격하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보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균일하게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디자인과 유통, 스토리텔링 등 마케팅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이규옥 신림면 용암1리 농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