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장애 정책들은 지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문제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적합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정비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원주지역 지적장애인의 자녀양육 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 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2021년 원주투데이를 통해 장애인의 어려운 자녀양육 현실이 시리즈로 연재된 적이 있다. 이후 2022년 원주시 지역사회보장계획으로 지적장애인의 자녀양육지원을 위한 도우미 파견사업인 '여성장애인 홈헬퍼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2023년 연구조사를 거쳐 2024년 사업을 단계적 확대 시행하기로 했으나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많은 장애인 가족들을 사례관리하면서 보니, 지적장애인들은 양육, 돌봄 등 자신들의 어려움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요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지원법이나 가족 관련 지원법이 있어도 스스로 권리를 요구하지 못한다. 결국 주변에서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어릴때는 부모도 젊어 스스로 요구하기도 하지만, 자녀가 30대가 되면 부모 역시 나이가 들면서 침묵하게 돼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가족 내에서 해소해 가고 있는 현실이다.

 원주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지적장애인 가구수는 113가구 정도이다. 이중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은 75가구로 66.4%, 한부모 가정은 38가구인 33.6%로 나타났다. 가구 형태 특성을 살펴보면 부부로 구성된 75가구 중 장애인 자녀가 있는 경우는 23가구로 30.7%였다. 한부모 가구는 47.7%로 부부로 구성된 가구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부부와 자녀의 가구 형태 75가구 중 부부 모두 지적장애인인 가구는 16가구이며, 이중 장애가 있는 자녀가 7가구 43.8%로 나타났다. 

 한 사례 중 지적장애가 있는 모녀가 단둘이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았으나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안전망이 없어 주변 이웃들에게 폭력과 경제적 착취 등을 당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성폭력과 알콜 노출로 일상생활이 매우 불안정했다. 모녀는 매일 음주를 하고 싸우며 자녀가 어머니를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도 매우 잦았다.
일단 주거 환경을 옮겨 알콜과 비인권적 행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자녀는 알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구강관리와 더불어 낮시간에는 활동지원서비스와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고, 지역 내 이웃을 만들어 일상생활 지원을 했다. 

 모는 현재 좋은 이웃과 활동지원사의 지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자녀는 알콜중독 치료 후 시설에서 3년간 사회성 훈련을 위해 입소했다.

 이들의 변화를 보며 장애 자녀에 대해 조기에 개입했다면 어땠을지, 자녀를 키울 때 양육을 지원하며 안정망을 구축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회복지사의 열정만으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과 제반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있는 가족의 원인이 무엇이며, 가족의 파괴와 위기가 가족 구성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능적이고 적응성 있는 건강한 가족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가족이 건강성을 잃었을 때 그 가정에 속한 개인이나 그 가정이 속해 있는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매우 크다. 개인, 가정, 사회는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가 다시 한 번 재고하길 바란다. 예산의 어려움이 있다면 향후 별도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나 아이돌봄지원서비스를 보완해 지적장애부모의 임신, 출산, 자녀양육 활동지원 금액 및 추가 시간 확대, 아이돌봄시간 확대를 우선지원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현귀 원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센터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