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를 키우면서 늦은 저녁까지 웃음소리 흘리던 동네 아이들과 함께 책도 읽고, 봉산도 오르고, 떡볶이 라면을 끓이던 일이 일상이 될 즈음 주변의 권유로 원주시에 지역아동센터로 신고하면서, 오늘까지 이르렀습니다. 단숨에 지나왔던 20년 같은데, 돌아보면 희로애락 속에서 "행복이었고 한 사람으로 숙성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어디서든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반갑고 마주하는 아이들의 문화도 낯설지만 쫓아가야 합니다. 당시 한 학년 6개 반이었던 학급이 2개, 1개 반으로 줄었고, 게임에 빠지면 큰일 날 것 같아 필사적으로 자제를 시켜야 했던 가상의 공간이 이제는 놀이와 소통, 나아가 학습의 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서 보호와 안전, 상담, 교육지원이 필요했던 아동들로 시작하여 보호자의 질병, 파산, 결손 등의 어려움까지 돌아 보아야 했던 민간에서 자생 된 풀뿌리 사회 복지기관으로의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헌신과 열정으로만 보수도 없이 자기 자산으로 공간과 운영비를 출현하여 출발했지만 2010년 보건복지부의 평가 도입과 함께 낮은 임금이 책정되면서, 행정과 회계까지 겹치는 업무 과부하는 피할 수 없는 종사자의 몫이 되어 오늘까지 이르렀습니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은 턱없이 줄고 있지만,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방과 후 돌봄이 시급해지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교 돌봄, 다함께, 늘봄학교 등 양적인 확대가 있어 왔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사회복지 기관으로서 지역아동센터는 돌봄기관으로 편승되어 불리어 지고 있지만 방과후부터 다음 스케줄까지, 또는 방학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여타의 돌봄 기관과는 사회복지 현장으로서의 특수한 기능과 오랜 기간의 전문성이라는 부분에서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돌봄기관 확충으로 양적인 부분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정체성 확립과 돌봄의 질적인 성장 등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어진 블록으로 다양하고 특색있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원주시와 교육청, 돌봄기관들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논의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권경자 원주시 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