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현수막에 목숨을 걸까. 이름값 한 게 없으니 현수막으로 도배를 하는 거야. 정치하는 사람들이 도시미관을 생각이나 하겠어?" 정치인들이 내건 '무분별한 현수막'을 바라보는 시민들 입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다. 정치인들의 현수막,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현수막 문구 내용도 하나같이 원주를 위한 일들이 모두 자신들의 업적이라고 자화자찬 일색이다. 현수막으로만 본다면 정치인으로서 덕망이나 존경받을 일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치졸하기까지 하다. 안쓰러운 마음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이름도 생소한 정당의 저속한 현수막 문구는 청소년들이 볼까봐 걱정스럽다. 

 지난 6월 인천광역시에서는 전국 최초로 정당 현수막 게시를 규제하는 내용의 개정 조례를 공포했다. 행정안전부의 재의요구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보행 안전과 깨끗한 거리 조성을 위해 6월 8일 자로 공포·시행한 이 조례의 주된 내용을 보면 ▷정당현수막이라도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는 경우에도 현수막 개수는 「공직선거법」 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 ▷현수막에 혐오·비방의 내용이 없을 것의 3가지 주요 내용이 담겼다.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이 조례와 함께 인천광역시에서는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현수막 강제철거를 시작하면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법체계에서 조례는 가장 하위에 있기에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위반된다는 행정안전부의 권고에 인천시 의회는 "정당 현수막은 시민들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해치고 일반 시민들은 현수막 한 장 내걸기도 쉽지 않은데 정당은 무제한으로 내거는 것은 평등권에도 위배되고 「옥외광고물법」은 헌법가치에 반한다"고 했다.

 정당 현수막은 15일 게시 기간만 지키면 신고도 허가도 필요 없이 어디든 걸 수 있다. 15일 규정도 필요 없는 게, 날짜만 갈아 끼우면서 계속 걸어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에 횡단보도 등은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방해가 된다. 신고절차가 없기에 어디에 어떻게 걸려있는지 지자체에서도 파악이 어렵다. 이런 정당 현수막 게시 관련법이 시행된 지난해 12월 이후 3달 동안 전국에서 수거된 현수막이 2백만 장으로 1톤 트럭 1,300대 분량이라고 한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건 기본이고 폐현수막은 재활용도도 낮은 수준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원주를 떠나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돌아오는 '철새정치인'이다 보니 자신의 이름 알리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 안쓰럽다. 자신들이 당연히 할 일을 했으면서 모든 사업과 예산은 본인이 해낸 업적이라고 생색내기 일색이다. 우민(愚民)들이 보면 대한민국 모든 일이 그들이 해낸 업적이라고 착각할 만 하다. 원주에는 국회의원 선거구가 갑과 을 두 개가 있다. 유독 갑지역의 경우 어수선하게 걸려있는 현수막이 마치 도배를 하듯이 걸려있어 시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겹다"는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22대 총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을지역의 경우 자천타천 정계에 진출하겠다고 나선 인사들이 열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부족하다. 총선이 끝날 때까지 시민들은 그들이 내건 현수막 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원주를 위해 일하겠다면서 그들은 원주의 도시미관은 전혀 알바가 없는 모양새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배짱이다. 별 내용도 없는 현수막에 자신의 이름만 새겨놓고 날짜만 갈아 끼우는 정치인들을 시민들은 기억해야 한다.

 인천시에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정당 현수막 규제를 시작했지만 그 현장은 녹록지만은 않은가 보다. 지자체의 조례는 상위법과 충돌하고 있기에 철거 공무원을 보호해줄 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인데 그 보호장치가 부족하기에 적극적인 철거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민들은 정치인들 스스로에게 각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부탁한다. 당신들이 진정 원주를 위해 일하겠다면 현수막 게시의 특권을 포기하고 일반 사업자, 자영업자와 동일하게 지정 게시대와 날짜를 지키고 비방과 혐오스런 문구로 원주를 저속한 동네로 추락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현수막과 비례해서 주권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어느 정치인이 도시미관을 가장 많이 해쳤는지 분명히 기억하자는 말이다. 정당 현수막이라도 내용과 기간을 살펴보고 「옥외광고물법」에 위배되는 현수막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철거되어서 쾌적한 원주의 도시미관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창목 원인동 주민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