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상지대에서 열린 2023 강원권역 사회적경제기업 자금조달 설명회. 원주권 사회적경제 기업에게 강원사회적경제연대기금을 설명했다.

시중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이나 신분증 외에도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원, 의료보험납부확인서, 소득금액증명원,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이 필요하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히면 필요서류가 더 늘고 기업대출은 더 복잡하다. 이렇게 많은 서류를 제출해도 신청부터 심사까지는 보통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제도권 대출을 받기가 더 힘들다. 은행들은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이윤의 상당액을 조직 구성원이나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가치를 담보로 돈을 빌리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이렇게 맘씨 좋은 은행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강원사회적경제연대기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년 전에 기금이 조성됐는데 참여기업 수나 액수 모두 10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자금이 필요할 때 즉시 대출해 줘, 제도권 금융기관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고 있다. 조세훈 (사)강원도사회적경제연대 사무국장은 “금융권은 자본 회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따지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조직에게는 대출 문턱이 매우 높다”라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사회적경제 기업들 스스로 만든 것이 강원사회적경제연대기금”이라고 말했다.

강원사회적경제연대기금(이하 연대기금)은 지난해 6월 조성됐다. 이때부터 도내 20여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월 5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월부금을 납부하기 시작했다. 채 석 달도 안 된 8월 19일에는 공제기금이 1억 원 이상 모였다. 여기에 강원특별자치도와 재단법인 밴드가 1억 원씩 출자금을 보탰다.

1년 5개월 지난 올해 11월엔 공제 납부기업이 81개로 늘었다. 이들이 지금까지 축적한 자조기금은 2억4천280만 원에 달한다. 추가로 강원도가 1억 원을 보태주었고 강원랜드 사회공헌재단도 3억3천만 원의 위탁운영금을 지원했다. 이로써 현재 기금 총액은 8억7천28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여든한 개 사회적기업이 최소 3년, 최장 5년까지 공제 부금을 내기로 해 연말이면 9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모인 연대기금은 우리 기업들에 자금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지원된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최소 3회차 이상 월부금을 납입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은 납부액의 5배까지 2천만 원 한도에서 가능하다. 지금까지 도내 4개 기업이 연대기금 대출을 받았다. 상당수가 기업운영자금 대출이었다. 조 사무국장은 “원주 한 기업은 사세가 늘어 태장농공단지에 공장을 하나 더 지었는데 연대기금 대출로 자금을 조달했다”며 “연대기금 납부액이 늘고 규모가 커지면 대출을 신청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 말했다.

(사)강원사회적경연대는 기금 규모를 더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연대기금에 가입한 기업이 강원도 전체 사회적경제 기업의 4.3%에 불과하기 때문. ESG 경영을 추구하는 원주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참여도 독려할 방침이다.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아 20억 원 이상의 기금을 축적하면 ESG 통합금융센터를 설립, 도내 사회적경제 기업에 안정적인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