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마약청정국으로 분류됐던 한국에서 갖가지 마약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최근 '청소년 마약 투약자 4년간 3배 늘었다'는 뉴스를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04명에서 2022년 294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마약 거래와 유통 장벽이 낮아지면서 10대 청소년들이 마약 범죄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 거래 및 유통 과정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증대한 것이 이유였다. 예전에는 마약을 구하려면 직접 만나야 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판매 경로를 안내하는 글이 쏟아지고 텔레그램 같은 SNS를 통해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 IP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역시 해외직구 마약 거래의 또 다른 통로로 기능한다. 따라서 인터넷 환경 등에 익숙한 청소년이 쉽게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약사범 연령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2011년 41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11배 늘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적발된 마약사범 중 10대가 292명, 20대가 2천717명으로 전체의 35.1%를 차지했다. 밀수·밀매를 일삼는 '텔레그램 마약방' 총책을 검거했더니 고등학생이었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마약을 이용한 광고를 자주 접하는 것은 비교적 자율적인 판단력이 아직 성숙하지 않고, 심리적 허들이 낮은 청소년에게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허무는 친근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시내 카페 곳곳에서 햄프 씨드(대마씨앗)를 넣은 커피를 '대마커피'라고 광고하고 있고, 마약김밥, 마약떡볶이처럼 식품 명칭이나 상호에 '마약'이라는 표현을 남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다소 비약일 수 있지만 이 같은 광고가 젊은 층이 마약을 실제보다 가볍게 받아들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마약 범죄자의 행각은 날로 대담해진다.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마약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서울의  한 유흥업소에서 20대 남녀가 필로폰 탄 술을 마시고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심지어 군부대에도 마약이 침투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약은 중독 시 의존성(재차 사용하고 싶은 강한 충동), 내성(횟수에 비례 사용량 증가), 금단현상(사용 중지 시 고통 유발), 반사회성(충동적 범죄 행위 유발)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신경 조직망 손상으로 인한 일상생활 불가, 기억력 감퇴, 집중력 및 판단력 장애, 뇌·간 심장 등 신체 기관 손상, 환각으로 인한 강력범죄 유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특히 10대의 경우 신체 기능과 면역력 형성이 진행 중이라 마약 투약 시에 중독에 더 취약하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청소년 약물 남용의 위험성과 유해성을 각인시켜 마약 접근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철저한 예방교육과 함께 치료·재활을 위한 예산도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찰, 검찰,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마약 담당 부처가 나뉘어 있는 실태를 지적하고 싶다. 마약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히 설치돼야 한다. 

 10대들의 마약 관련 통계를 보면 예상보다 충격적이다. 10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강도가 세고 다양한 마약에 손대기 시작한다. 그들이 성장해 20대가 되고 그 상태로 30대가 된다면 그 재앙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온 국민이 청소년 마약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마약 유혹에 빠진 청소년들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예방뿐이라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