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의료기기 업체들이 유럽 수출에 난색을 표명했다. 지난 27일, 정부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이 주재한 '원스톱 수출 119' 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한 것. 정부에 실효성 있는 수출 지원 대책을 주문했다. 

유럽연합은 2021년 5월, 의료기기 인증절차를 MDD(Medical Device Directive)에서 MDR(Medical Device Regulation)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의료기기 인증 지침을 인증 규정으로 강화한 것인데 이를 적용하면 우리 기업들이 신경 써야 할 과제가 많다. 

크게 ▷법적 지위 ▷기술문서 ▷임상 ▷사후관리 ▷정보공개 ▷심사(인증)기관 등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된다. 의료기기 인증에 필요한 기술문서만 보더라도 현재는 13개 항목만 제출하면 되지만 MDR 체제에선 23개로 늘어난다. 기술문서 23개 항목에 관한 적합성 여부도 지금은 기업 재량에 맡기고 있지만, 향후엔 민간 인증 기관에서 심사한 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임상도 마찬가지다. 기업 자체시험 후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던 것을 향후엔 임상 계획부터 완료 단계까지 전주기 평가가 의무화된다. 특히 고위험 제품은 의료기관 임상시험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의료기기를 수출한 후에도 사후 안전성 보고서를 별도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비용이다. 의료기기 한 품목에 관한 인증 비용이 수억 원에 이를 정도다. MDD 체제에서 3천만 원 내외의 인증 비용이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비싼 액수다.

EU도 이를 알기에 신규인증 제품의 MDR 적용 시점을 2023년에서 2024년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다행히 기존 MDD 인증제품의 경우 등급별로 최대 2028년까지 유예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원스톱 수출 119회의에서도 MDR과 관련한 애로사항이 쏟아졌다. 원주기업도시 A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MDD에서 MDR로 바뀌면서 의료기기 인증절차가 복잡해지고 요구사항도 까다로워졌다"라며 "의료기기 한 품목당 2억 원에서 3억 원씩 들어가는데 중소기업들이 이를 감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은 미흡하다고 했다. A기업 관계자는 "의료기기 업체마다 MDR 인증과 관련해 요구하는 사항이 다 다르다"며 "정부가 포괄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실효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MDR 인증을 받더라도 사후관리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지정면 B의료기기 업체는 "MDR을 취득한 후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의료기기가 목적대로 사용되는지 증명해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 중인데 선례가 없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은 최대한 기업 애로를 해소할 것이라 했다. 내년부터 1등급 의료기기 등을 해외규격인증 획득 지원사업 '패스트트랙'에 추가할 것이라 했다. 나성화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 부단장은 "수출 119 등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기업들이 겪는 애로를 지속 청취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애로 해소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은 기업 수출과 관련된 정부 부처 합동 조직이다. 기업들이 각 부처에 전달한 애로사항을 여러 부처에서 개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 단장은 기재부 차관이며 부단장은 기재부 국장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