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기업 A사는 캡슐내시경 판독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30분 만에 12만 장에 달하는 내시경 사진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판독시간을 줄이고, 오류를 최소화해 초보 검사자도 전문가와 균일한 수준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B사는 고령 인구의 우울증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했다. 독거노인 등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기기다. B사는 모든 계층이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원주에서도 (주)메쥬가 가슴에 붙이는 심전도 패치를 개발해 일반인의 심장 질환 여부를 판독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GIA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은 AI 등의 신기술에 힘입어 2020년 1천525억 달러에서 2027년 5천8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원주에서는 이러한 기기를 만들기가 어렵다.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 업체가 원주는 물론 강원도 전체에서도 드물기 때문이다. 시장 트렌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가미한 디지털헬스케어로 나아가는데 원주는 시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황동훈 기획실장은 “전통 의료기기를 IoMT(의료사물인터넷)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필요하고 그중에서도 AI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불행하게도 도내에는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론되는 것이 초광역권 협력이다. 강원도와는 달리 서울과 경기도는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많다. 판교테크노밸리만 보더라도 전체 1천300개의 기업 중 IT분야 업체가 2/3를 차지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AI를 취급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황 실장은 “판교는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지만, 서비스 파트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산업 성장에 한계”라며 “반면, 원주는 의료기기산업을 일으킨 실체가 있어 두 지역이 협력한다면 디지털헬스케어산업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AI 스타트업들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원주 의료기기 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 현재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경기도청 실무진들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 측이 손을 잡게 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입장에선 인터넷 가상 현실에만 머물던 사업 영역이 리얼(real) 월드까지 확장할 수 있다. 원주도 고부가가치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을 우리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