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강원인권사무소에서 열린 제3회 인권포럼.

한국전쟁기 원주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해 재조명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원주시민연대는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원회 강원인권사무소에서 '한국전쟁기 원주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한 조사발표 및 향후화제'를 주제로 2023년 제3회 인권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과거사 정리를 위한 여론형성 및 향후 조례제정을 통한 체계적인 행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연세대 왕현종 교수, 신기철 (재)금정굴 인권평화재단 연구소장, 이인수 한국전쟁후 민간인희생자 여주시유족회 사무국장이 주제 발표를 했으며, 윤병진 원주학 연구소장, 신종순 전 강원도교육위원,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가 진상규명의 필요성과 과거사 정리 제도화의 과제를 중심으로 토론했다. 

한국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서는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조사와 유족회의 활동이 활발하다. 반면, 원주 지역은 지금까지 집단 학살과 피해에 대한 증언이 일부 이루어져 왔을 뿐, 체계적인 진상 규명이나 조사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원주시민연대는 2021년부터 한국전쟁 당시 원주에서 발생한 주민 대량 학살 문제 해결과 피해자 인권 및 평화 문제를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국전쟁 전후 원주지역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조사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원주에서는 원주 형무소 사건, 원주 국민보도연맹사건 등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집단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 형무소 집단 희생 사건은 1950년 6월 30일 경 후퇴하는 국군이 원주형무소의 재소자 180명을 원주 뒷산으로 끌고가 총살한 사건이다. 

국민보도연맹사건으로는 가리파 고개 집단 희생 사건과 문막면 동화리 집단 처형이 대표적이다. 국민보도연맹은 좌익계열 전향자로 구성된 반공단체 조직으로 정부에서는 식량 배급을 조건으로 많은 양민들을 가입시켰다. 하지만 전쟁 발발 후 북한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무차별 검속하고 즉결처분하면서 원주에서도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구술채록 등을 통해 판부면 금대리 '가리파 고개'와 문막면 일대가 처형 장소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시기 원주형무소 보도연맹관련 집단희생사건 집중조사 사업'을 맡아 진행한 왕현종 교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10여 명의 피해자 또는 참고인과 구술채록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한 내용과 더불어 1차 수복 이후 원주 민간인 피살사건으로 문막 동화리 세고개에서 발생한 총살 사건 장소 등을 추정해 볼 수 있었다. 

피해 유가족으로 면담구술에 참여했던 신종순 전 강원도교육위원은 토론회에서 당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며 "유가족이나 생존자 외에도 경로당 노인으로부터도 당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료조사를 통한 역사적 정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인수 여주시유족회 사무국장은 여주시유족회와 추진 사업을 소개했다. 유족회 결성 후 관련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평화, 인권교육, 강연 등을 통한 피해 재발 방지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여주시유족회는 위령제나 평화그림책 사업 등을 통해 고령의 피해 유가족뿐만 아니라 학생, 교사 등 젊은 세대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고민한다"며 "이를 통해 전 세대가 기억하고 공감하는 시민사회운동으로 전향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권 과거사 정리 제도화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한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는 "한국전쟁 때부터 이어져온 좌·우익의 대립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만큼 원주역사를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조사 대상을 확대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한 뒤, 유해 발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