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는 작년 6월 국토부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 지정됐지만 국·도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고, 저속운행으로 차량 정체를 유발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자율주행 이미지.

국토교통부가 2022년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운영성과를 평가한 결과 원주시는 A∼E등급 중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원주시가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평가대상인 14개 지자체 중 절반 가까운 6곳이 E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지정이 시기상조이거나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주시가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확정·고시된 건 작년 6월이었다. 시범운행지구는 2020년 5월 시행된 자율주행자동차법에 따라 규제 특례를 정해 도심에서 민간기업이 자율주행 서비스를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정했다.

원주시는 대중교통이 취약한 신도시 사업모델에 지정돼 원주혁신도시에서 ‘도심순환 셔틀형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원주혁신도시 내 2개 노선 10㎞가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됐다. 문제는 원주시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됐지만 국·도비 지원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원주시가 민간기업에 자율주행차 운영비를 문의한 결과 카니발 차량을 자율주행차량으로 투입하더라도 연간 약 7억 원에 달했다. 원주혁신도시 2개 노선에 2대를 운행하면 매년 14억 원의 운영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국·도비는 단 한 푼도 지원되지 않는 구조였다.

게다가 원주시가 자율주행차 운행에 적합하도록 도로환경을 갖춰야 하는 데다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 지능형교통체계(ITS)와 통신설비를 설치하는 데도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임에도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에서는 수동으로 운전하도록 법제화돼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최고속도가 40㎞/h 미만으로 운행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출·퇴근 시간에 원주혁신도시 내 차량 지·정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저속 운행이 차량 지·정체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원주시 관계자는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된 일부 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원주시와 비슷한 고민으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하는 것보다 운행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보도자료에서 “인천·울산시 등 10곳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신규 지정돼 시범운행지구가 전국 17개 시·도 34곳을 확대됐다”라며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전국 확대라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 목표를 조기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자화자찬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지정에 따른 사업은 하지 않은 방침이지만 향후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원주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부 공모사업이 있다면 응모해 시범운행지구 지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