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및 전국공무원노조에서 탈퇴하고 독자노조로 운영 중인 원주시와 안동시 공무원노조 임원진이 지난 2일 행안부를 방문, 건의문을 전달했다.

원주시는 행정전화를 녹음할 수 있도록 지난해 서버를 증설했다. 원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이하 원공노)에서 민원인의 폭언 등 악성 민원전화에 시달리는 조합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행정전화를 녹음할 수 있도록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원공노 문성호 사무국장은 “악성 민원전화 증가로 인한 민원업무 담당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전화 녹음을 원주시에 요청했다”라며 “안전한 근무환경이 조성되면 대민행정 서비스도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버 증설에도 불구하고, 행정전화 녹음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행정전화를 녹음하려면 민원인에게 사전에 안내한 뒤 녹음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민원인이 녹음을 거절하면 녹음할 수 없어서다.

민원인을 설득해 녹음을 했더라도 문제는 있다. 악성 민원전화를 받은 공무원이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 부서에 녹음파일을 요청하면 민원인의 목소리를 삭제한 녹음파일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폭언을 한 민원인이 원주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폭언이 녹음될 파일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주시가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구입한 휴대용 보호장비인 ‘웨어러블 캠’도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원주시는 올해 녹음·녹화가 가능한 웨어러블 캠 30대를 구입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민원담당 공무원 등에게 배부했다. 그러나 민원인에게 미리 촬영을 고지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문성호 사무국장은 “행정안전부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행정전화 전수 녹음과 웨어러블 캠 녹화는 개인정보 위반이라고 판단해 전수 녹음이나 녹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원공노는 지난 29일 행정안전부를 방문해 행정전화 전수 녹음이 가능하도록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사기업 고객센터나 콜센터에서는 자동녹음 방식을 사용하는데, 공무원은 자동녹음을 할 수 없다는 건 부당하다는 게 원공노의 주장이다. 원공노는 민원업무 담당공무원이 상시 폭언ㅇ 노출돼 있어 증거 수집을 위한 수단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춘 녹음전화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직원의 전수 녹음이 불가능하다면 인허가, 단속, 복지, 임신한 공무원 등 일부라도 전수 녹음이 가능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또한, 수년째 동결돼 있는 공무원 정액급식비 현실화도 요구했다. 공무원 정액급식비는 1인당 하루 7천 원씩 월 20일로 계산해 월 14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생활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식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원공노는 정액급식비를 월 20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행안부에 건의했다.

초과근무를 할 때 지급되는 매식비도 1인당 8천 원에서 1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원공노 우해승 위원장은 “공무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기본적인 대우를 받고 일을 해야 행정서비스 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만큼 행정안전부에 상식적인 수준의 개선을 건의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