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광고 학생들이 마을 후배들을 대상으로 우산동을 알리는 마을 교육을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우산초교 학생들과 수업하는 모습.

진광고등학교 학생들이 지역 후배들에게 우산동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자 교단에 섰다. 지금까지 성인 중심으로 진행됐던 도시재생사업과 비교했을 때 이번 수업은 지역 청소년들이 마을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직접 교육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전 세대가 참여해 마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한 이상적인 마을교육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9일 우산초등학교 3학년 1·2반 교실에서는 진광고등학교 학생들이 칠판 앞에 서서 수업에 한창이었다. 주제는 우리 마을 '우산동'. 앳된 얼굴에 어수룩한 몸짓으로 우산동의 역사부터 명소, 현재의 모습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우산동에서 나고 자랐지만 마을에 대해 잘 몰랐던 우산초등학교 학생들은 낯설고도 익숙한 주제가 흥미로운지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이채아 양은 "작년 여름방학부터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을교육에 흥미를 느꼈는데 고등학교 오빠들이 해주는 수업은 내용도 많고 자세하게 알려줘서 너무 재밌었다"며 "단계천을 직접 방문해 구경한 것도, 삼행시 짓기도 모두 즐겁다"며 극찬했다.

진광고등학교 교내 프로그램인 'PARVUS(파르부스) 마을학교'에서 기획한 이번 수업은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지역화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이를 교육적으로 구현하고자 추진했다. 진광고 임성환 교사는 "진광고등학교 재학생 모두가 우산동 거주자는 아니지만 학교가 지역 구성원의 가장 큰 구심점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항상 마을 소속감을 강조해왔다"며 "마을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한 참여 학생들은 재능기부와 함께 후배들을 가르치는 경험으로 진로체험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마을 교육 참여자인 김명환, 김현준, 원유림, 이재호(이하 2년) 군은 마을 교육 수업을 위해 지난 1학기부터 지역 역사가와 마을 주민들에게 우산동의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웠다. 지난 학기 우산초등학교와 진광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말 수업은 비록 참여자는 적었지만 그동안 준비한 수업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자리였다. 

수업에 참여한 후배들로부터 오히려 배운 점도 있었다.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3대가 우산동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한 초등학생은 우산동의 침체되고 어두운 면을 강조했던 학생들의 수업 내용에 의문을 표했다. 우산동에서 나고 자라며 긍정적이고 좋은 면도 많다는 것을 적극 어필하는 모습에 이후 수업은 우산동의 긍정적 미래를 알리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2학기 수업은 마을교재를 만드는 도서출판 이음과 연계하면서 우산초등학교 3학년 정규 수업에서 가르칠 기회를 얻게 됐다. 이재호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도시재생 수업으로 마을 지도 만들기에 참여했는데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해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인상 깊었다"며 "이번 마을 교육을 통해서 후배들에게 그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어 뜻깊었고 나중에 교사가 되고 나서도 마을 교육의 필요성을 잊지 않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올해 처음 PARVUS(파르부스)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한 진광고등학교는 지속적인 마을 교육을 실현하고자 해당 프로그램을 매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