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어 중에 '부의 외부효과'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행위가 그 목적과 다른 효과를 초래하는 것을 외부효과라 하고 그 중 부정적 성격의 것을 부의 외부효과라 한다. 행정행위에 따른 부의 외부효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경 문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새만금 물막이 공사 당시 지역 균형개발과 경제 이익을 도모했으나 갯벌이 파괴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환경문제 때문에 물막이 공사 찬성과 반대 여론이 나뉘었고 극심한 갈등을 유발했다. '부의 외부효과'가 발생한 전형적인 사례다. 

 원주시가 5급 승진인사 및 6급 보직부여에 반영하던 다면평가를 폐지했다. 인맥 중심의 평가, 하급자 눈치 보기 폐단을 없애고 성과우수자를 진급시켜 일하는 원주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다면평가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여 폐지하다보니 다면평가가 한 개인에 대한 종합평가 수단이자 갑질 직원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수단이라는 점을 살피지 못한 것 같다. 소통게시판을 통해 반발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직원 의견을 청취하거나 제도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을 한 것이 아니다 보니 갑작스런 다면평가 폐지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이 결정은 지방공무원임용령 제8조의 2 규정을 지키지 못한 폐지 결정이었다. 해당 규정에는 인사위원회의 사전승인이 필요한 승진 기준 변경시 1년 후에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다면평가 폐지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해당 규정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원공노가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 513명 중 83%인 427명이 다면평가 폐지를 반대했다. 즉, 원주시의 다면평가 폐지는 대다수 직원 의사와 반대되며 법적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원주시 직원 인사는 원주시장의 고유권한이다. 원주시 공무원의 승진과 전보를 결정하는 권한이 원주시장에게 있으며 이를 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면평가 폐지가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 해도 궁극적으로는 시장에게 주어진 고유권한의 행사라는 맥락 안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용은 든다. '부의 외부효과' 때문이다. 이번 일은 소통 부재와 절차상 하자라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소통 부재는 메시지 손실로 이어지고, 절차상 하자는 담당자의 업무 회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행정비용 청구서가 적지 않다.

 유홍준 교수는 그의 책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귀신 같은 존재들이어서 되는 일도 안 되게 하지만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고 했다. 공무원 입장에서 좀 씁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다. 공무원을 기용하는 사람이 어떤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진다는 것을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다. '부의 외부효과'가 무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원주시 공무원은 누구보다 능력 있고 열정적이며 직업적 자부심이 크다. 그 공무원들의 기를 꺾는 것은 다면평가 폐지를 둘러싸고 날아드는 엉뚱한 행정비용 청구서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